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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퇴사를 무겁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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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스트라면 모를까 타고난 직장인 체질이 어디 있겠는가. 마조히스트도 꽉 끼는 코르셋에 하이힐을 신으며 풀메이크업한 쎄끈한 언니가 때려주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지루하고 반복적인 회사 생활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원이 계속해서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바로 월급, 즉 돈 때문이고 그것은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꿈과 희망도 없는 사람을 일어서게 만들고 고통스러운 출근길을 버티게 하며, 온갖 인격적인 모욕과 불합리함을 받고도 참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있다. 즉 직장인 대부분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자신의 꿈, 커리어, 일에 대한 보람 때문이 아닌 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월급을 받아도 행복하지 않고 월급날도 기대되지 않는다면? 월급날이 되어도 또다시 찾아올 불행에 미리 우울감을 느껴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그건 바로 당신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때가 왔다는 증거이자 온몸이 당신에게 보내는 퇴사 시그널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래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닌 그만두어야 할 때는 그만두어야 한다. 드라마도 끝내야 할 타이밍에는 종결해야 하고 그림도 더 이상 덧칠해서는 안 될 때는 그만두어야 하며, 끝내야 할 인간관계는 과감하게 끊어야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좋다.

  그런데 퇴사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빨리 퇴사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사람, 아직 철없는 사람, 어려서 뭣도 모르는 인내심 없는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자주 퇴사하는 사람이 싫은 건 당연하지만 그 낙인이 싫어서 퇴사해야 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나다. 때는 내가 계약직으로 일했을 당시 동기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느라 바빴을 때 퇴사라는 게 나쁜 것이라는 생각에 이직 타이밍을 놓쳤고 그 결과, 실업급여를 주지 않으려는 꼼수인지 몰라도 일주일 정도 더 빠르게 퇴직시켰고 인수인계 기간조차 주지 않아서 전화상으로 인수인계했던 참 좋지 않은 대접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진가를 알아봐 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며 3년 내내 최저임금만 받고 일했던 회사, 최악의 인간 폭탄이 있었기에 입사한 직원이 일주일 만에 도망쳤던 회사를 무려 반년이나 다니면서 건강이 나빠진 일, 그 모든 게 내가 퇴사에 대해서 너무 나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회사에 다닐 때 기계 부품 중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닌 진실이고 우리가 수월하게 업무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없어진다면 과감하게 갈아치울 만큼 회사는 당신의 인생을 조금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물론 회사는 회사만을 위해 충성해 주는 직원을 좋아하겠지. 조금이라도 써먹은 후에 최적의 타이밍에 퇴사해 주는 직원을 좋아하겠지.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회사는 당신의 미래보다 회사의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천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엄청난 기회가 당신에게 온다고 해도 회사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해서 퇴사하지 말라고 종용한다. 회사가 원하는 것이 당신이 그 연봉에 그 취급을 받는 회사원으로 남는 것뿐이니깐.
 

 

 


 
  이처럼 회사가 자신의 기준으로만 생각하니 회사원 역시 자신의 기준에 안 맞다 싶으면 퇴사하는 게 맞고 앞으로도 그런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 깊게 잡혀야 한다. 나처럼 주변인들의 낙인이 두려워서 퇴사해야 할 때 퇴사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학원이 마음에 안 들면 때려 친 후 자기에게 맞는 곳을 학원을 찾아가는 것처럼 회사도 나가고 싶을 때는 그냥 그만두고 다시 다니고 싶을 때는 다시 다니는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차피 학원만큼 널리고 널린 게 회사 아닌가?

  다행히도 시대가 지날수록 퇴사의 의미가 가벼워지고 근속기간이 짧아지는 트랜드가 MZ세대 중심으로 오고 있으니,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지난 9월 직장인 재직기간 보고서에 따르면 1946~1965년생의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한 직장에서 재직하는 평균값이 약 10년인데 반면, MZ세대의 근속기간은 2.8년이라고 한다.(1 그리고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짧아질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이제 프로퇴사러는 인내심 약한 직장인이 아닌 아주 기본적인 직장인의 모습이 될 거란 말이다.
 
 
 
참고 자료

 
1) wonjc6@newspim.com, 「MZ 세대가 주도하는 '대(大) 퇴사 시대」, 『뉴스핌』, 2022년 10월 13일,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210120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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