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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소리하는 직원은 절대 퇴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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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에 유독 조금만 힘들어도 엄청 힘들다는 식으로 티 내는 사람이 있다.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이래서 힘들다, 저래서 힘들다, 나만 고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성을 배설하면서 옆 사람까지 피곤하게 만든다는 특징 역시 있고 말이지. 이 사람은 이전 “여직원의 통일성 감정 이론” 편에서 말했던 공유와 공감에 특출난 사람이고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자신의 감정이 모든 것의 중심이고 상대가 공감하고 반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통 이 사람과 대화하면 기 빨리고 피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기에 만남을 피하려고 하지만 어디서 회피형, 불안형이라는 단어를 주워들어서는 공유와 공감을 거부하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낙인찍는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감정을 공유하려고 때 쓰지만,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면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당신 자체가 아닌 자신의 감정에 반응해 주는 사람이라는 걸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0초마다 바뀌는 감정 소감문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감정 쓰레기통 같은 존재 말이지.

다만 문제는 위와 같은 엄살 주의자를 회사에서 만난다는 건데, 공과 사의 구분 없이 “그만두고 싶어, 때려치우고 싶어, 상사가 날 귀찮게 해, 나만 괴롭힘 받는다”라는 말로 감정을 공유할 테고 밖에서 만났다면 그냥 연락 차단하고 안 마주치면 되지만 회사라는 곳은 억지 인연을 이어 나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들의 변덕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게 죽네 사네 하며 세상이 나만 괴롭힌다고 말하는 엄살주의자 직원은 금방이라도 퇴사할 것처럼 눈에 불을 켜지만 재미있게도 막상 퇴사를 빨리 한 직원은 퇴사쇼를 벌이는 엄살 주의자가 아닌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게 묵묵히 일하는 조용한 완벽주의자라는 점이다.

 

 

특히 내가 묵묵히 일하는 완벽주의자 직원이었기에 그들의 심리 상태, 그리고 엄살 주의자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나는 한때 회사에서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이미 제출한 결과물에도 실수가 있을까봐 불안한 마음에 두 번, 세 번 확인하던 겁많은 직원이었다. 반면 동기는 소위 말해서 징징거리는 사람이었고 간단한 업무 처리 하나 가지고도 힘들다 노래 부르는 사람이었다. 실수? 아주 밥 먹듯이 했다. 업무 효율성? 업무 기술이 부족하고 열정도 부족해서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내게 좀 더 좋은 보상이 찾아올 거라 기대하고 버텼지만 돌아오는 것은 엄살 주의자 직원의 질투, 시기, 말도 안 되는 업무 부탁과 함께 상사는 내가 더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더 많은 업무를 맞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일을 더 맡겨도 불만 없이 잘할 애’라는 이미지가 회사 사람들 머릿속에 깊숙이 박히면서 사태만 더 악화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결국 퇴사하기로 결정, 그 엄살 주의자는 내가 퇴사하던 날까지도 자신의 힘든 처지를 하소연했다.

아이러니하지? 일이 힘들다며 티 내는 사람은 본인들의 말과 다르게 회사에서 오래, 아주 오래도록 다니지만 조용한 완벽주의자들은 갑자기 예고도 없이 퇴사한다. 엄살 주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즉시 분출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고 신뢰를 쌓이지 못하게 만들어 업무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에 반해서 조용한 완벽주의자들은 퇴근 후에도 일 걱정, 거기다가 상사들은 그들을 신뢰하다 보니 일이 몰리게 되는 문제 때문에 버티지 못해서 그렇다. 원래 강한 바람이 불 면 꺾이는 것은 단단한 나무지 줏대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다.

 

 

그러면 이 불쌍한 완벽주의자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회사에 가든 고생길이 확정된 이 완벽주의자들은 어떻게 회사 생활을 버텨야 할까. 어쩌긴 뭐 어째.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이 에세이는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이롭지 않은 에세이고 특히 조용한 완벽주의자들은 퇴사가 필요할 만큼 회사에서 썩히기 아까운 인재다. 회사 업무가 100이면 조용한 완벽주의자들이 70을 도맡아서 할 정도로 능력 있는 그들은 1인 기업, 프리랜서가 되어 능력을 살리는 게 오히려 좋은 판국이다.

물론 힘들겠지. 프리랜서는 저 땅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발판을 만들어야 하지만 회사는 이미 발판이 만들어져 있어서 들어오기만 되니깐.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회사에서는 본인의 업무를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기에 수입이 한정되어 있지만 1인 기업과 프리랜서는 본인의 노력을 그나마 응당하게 받을 수 있다. 즉 회사 밖이야말로 조용한 완벽주의자가 엄살 주의자보다는 더욱 능력을 발휘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무대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가 두렵다면, 나는 특출난 재능이 없어서 그런 프리랜서니 1인 기업이니 만들 수 없다면 완벽주의의 성격을 조금 무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회사는 직원에게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컴퓨터가 되기를 원하겠지만 한번 사람을 고용하면 웬만하면 자르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 편하게 행동하시기를 바란다. 엄살 주의자도 잘 다니는 회사인데 완벽주의자가 못 다닐 이유도 없지 않겠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용한 완벽주의자들은 인간관계마저 완벽해지려고 엄살 주의자들을 이해 해주고 도와주려고 하지만 그들에게 최대한 떨어지는 게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소심한 완벽주의자들이여. 작은 실수에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불안해하는 그대들이여. 세상은 그대에게 많은 책임을 요구하지 않으니 마음 놓아라. 그저 매일매일 잘 다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고 당신보다 형편없는 사람 역시 회사에서 인정받으면서 잘만 다니고 있으니깐 당당해지자.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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