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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회사가 재택근무를 들먹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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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까지 떨어트리는 다단계. 그 다단계는 계모임, 종교모임, 동호회, 하다못해 사람이 많아 보이는 길거리까지 찾아가며 침투해 왔고 이젠 사람들이 인터넷을 많이 하다 보니깐 온라인으로까지 쫓아 왔다. 비록 인터넷이라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부자연스러운 미소와 과도하게 친절한 멘트가 보이는 듯한 가식적인 냄새를 인터넷에서도 풍겼고, 덕분에 난 면접 보기로 한 회사가 다단계인 것을 알고 면접을 취소할 수 있었다.

생각해 봐라. 인터넷이라는 곳은 누구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 난 곳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 과거에 다녔던 직장까지 물어뜯고 욕하는 곳이 인터넷인데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좋다고 과도하게 찬양한다면 사이비, 다단계 둘 중 하나라는 뜻밖에 더 돼?

결국 자신의 속내를 들킨 다단계 회사는 부랴부랴 내게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해서 연봉이 높을 것이고 일이 편하며, 특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먹이며 입사를 부탁했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은 임금이 불안정하다는 뜻이고 일이 편하다는 것은 단순 반복 업무로써 물경력이 되기 쉬운 직종이며,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는 백이면 백 피해야 할 회사라서 입사를 거절했다.

그렇다. 재택근무라는 말이 나의 의심을 증폭시켰을 만큼 재택근무를 거들먹거리는 회사가 있다면 반드시 피하고 보는 게 맞는 거다. 물론 재택근무를 하는 모든 회사를 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잘 알 텐데 재택근무자를 구하는 글 90%, 아니 99%가 다단계, 바이럴 마케팅, 텔레마케터, 대출 관련 일처럼 기피 직종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피 직종과 다단계들이 계속해서 재택근무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택근무가 직장인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근무 요건이고, 확실히 인생 행복도를 팍 떨어트리는 출퇴근 지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복장에 대한 자유도 있으며, 상사와의 대면이 적다는 것, 워킹맘의 경우 아이를 곁에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직장인들을 매료시킬 만하다.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를 하면 좋은 점이 많은데 우선 출퇴근의 제약이 없으니 능력 있는 타지 사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다는 점, 전기세 같은 경우도 회사가 부담할 필요 없다는 점, 비싼 임대료를 주고 사무실을 계약할 필요 없다는 점이 있다.

 

 

이렇게 보면 회사도 회사원도 모두 이로운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 회사의 지도자인 사장만큼은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인터넷과 메신저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대에 사장들이 많다는 점,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일하는 모습을 봐야지 감시의 욕망과 통제의 욕망이 충족된다는 점, (이 욕망이 지나친 사장 중에서는 사무실 안에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사장도 있다) 내 돈 주고 부려 먹는 회사원의 모습을 직접 봐야 의심이 해소된다는 점 역시 있다.

또한 한국은 눈치 문화를 가진 고맥락 사회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눈치를 줄 수 없기에 재택근무를 기피 하는 것도 있다. 사장이 엣헴 거리면 알아서 행동하던 사원들이 재택근무 할 때는 볼 수 없지 않은가. 뭐 채팅창으로 엣헴엣헴 한다고 해서 인쇄를 대신 해주고 거래처 손님의 커피를 타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일 때 마스크 써서라도 꾸역꾸역 출근시키는 사장님의 마음, 자기는 사장실에서 마스크 벗고 편하게 있지만 사원들은 답답한 마스크 쓰면서까지 사무실로 나오라는 이유는 다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재택근무를 바라는 사원 VS 재택근무를 바라지 않는 사장’의 구조는 세계적인데 워싱턴포스트와 여론조사 업체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업무 근로자의 55%는 “원격 근무를 유지하기 위해 월급 삭감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1 하지만 직원들의 바람과 달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및 MIT 연구 결과 재택근무 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데이터와(1 과거 직원의 40%를 재택근무 시켰던 IBM이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한 행적으로 보아 재택근무는 아직 먼 나라, 먼 행성, 먼 우주 이야기인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개별성을 지키고 싶은 회사원과 어떻게 해서든 개별성을 상실시켜 회사의 일원으로 만들려는 사장, 만약 사람이 기계였다면 개별성을 지키고 싶은 욕구가 없어서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않았을 테지만 하필 사람인지라 그런 욕구가 있기에 재택근무를 둔 사원과 사장의 싸움은 영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주의적인 미국에서조차 재택근무에 대한 전망을 예측할 수 없는데 이력서에 사진과 생년월일까지 박아 넣고 면접 때는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는 한국 회사들이 재택근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할까? 회사와 직장인의 관계보다 영혼까지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주인과 노예 관계를 선호하는 한국 기업이 개인주의의 끝판왕인 재택근무를 시행한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아마 그 싸움이 끝날 때쯤이면 다단계도 재택근무를 빌미로 사람들을 유혹하지 않겠지만 아직은, 그러니깐 한 100년 정도는 다단계의 재택근무 유혹을 받을 것 같다.

 

 

 

 

 

 

 

참고 자료

 

1) 안중현 기자, 「구글 직원들 “회사가 학교냐” 화난 이유」, 『조선일보』, 2023년 7월 13일,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3/07/13/6HV6D7AKBRBB7CT3WCRSB4UD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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