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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왜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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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정말 침묵의 동물인가 보다. 왜냐면 주말에 친구들과 카페에서 놀다보면 죄다 여자, 아줌마, 아가씨, 아니면 커플밖에 없더라고. 카페 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맛집에 가도 남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간혹 있다고 해도 그들은 수다를 전혀 떨지 않고 밥먹는 일에 집중해서는 15분 안에 가게를 나간다. 물론 남자들도 수다를 떨긴 하지. 하지만 술의 힘이 반드시 필요한지 얼굴이 술톤으로 시뻘게지고 술냄새 풍길 수 있는 술집에 가서야 말이 많아지더라고. 그러다보니 남자들이 모여있는 장소는 대화를 위한 장소가 아닌 행동을 위한 장소인 경우가 많은데 게임을 하기 위한 pc방, 운동을 하기 위한 스포츠 센터와 헬스클럽, 낚시를 하기 위한 낚시터가 대표적인 장소다.

 

  정말 이것만 봐서는 남자가 말보다 행동을 더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대화글들이 오고가는 커뮤니티는 남초, 유튜브 사이버 렉카 역시 남자들이 꽉꽉 채우다 못해 아주 많다. 마치 남자는 과묵하다라는 말에 비웃는 것처럼 인터넷에서는 재잘재잘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는데 왜이리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그러는 걸까?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이유는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수다스럽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가볍게 보이는 이미지를 가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 때문에 그렇다. 또 오프라인에서도 남자들끼리도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이야기 하질 않잖아. 속상한 일 당할 때 여자들은 빈말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공감을 하며 감정교류를 하지만 남자들끼리는 뭐 별것 아닌 일에 왜 찌질거리냐고 그러잖아. 아저씨들이 아줌마들처럼 계모임을 만들거나 oo동 맘카페를 만들만큼 잘 뭉치지 않는 이유도 어차피 같이 있어봤자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는 걸 아니깐 그렇다. 남자들이 모인 모임은 오직 행동을 위한 동호회(축구, 낚시, 바이크)만 있을 뿐 수다를 위한 동호회가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도 사람이다 사람. 소속감에 대한 갈망이 여자 못지 않게 강하고 또 대화를 떨고 싶은 욕구도 있기에 익명성이 보장된 커뮤니티는 남초, 한국은 물론 마초의 나라라던 미국 역시 남초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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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뭐 커뮤니티 하는 것은 자유야. 인간의 본능이 소속감이잖아. 이미 성격 알고리즘이 형성된 이상 바꾸기 힘드니 커뮤니티하는 남자들은 계속해도 된다. 다만 언젠가 생길 내 아들이 있다면, 혹은 지켜야 할 남자가 있다면 커뮤니티를 하는 것에 말릴 것이다. 왜냐면 익명성이 보장된 커뮤니티가 주는 만족도는 투자 시간 대비 만족도가 매우 떨어지거든. 생각해봐. 결국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대낮의 햇빛과 해질녘의 주황빛, 저녁빛에 따라 변하는 친구들의 얼굴색이고 그들과 보냈던 시간이지 글과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사람들과 잠깐 나눈 대화가 아니다. 늦은 밤 단 둘이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방이 가진 거대한 우주와 나의 우주가 뒤섞이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가 되는 느낌, 뭔가 충만해지는 느낌이거든. 하지만 그 느낌을 커뮤니티를 통해서 느낄 수 있나?




  또한 커뮤니티를 통한 만족도가 앞으로도 더 줄어들 거라고 예상하는데 왜냐면 요즘 커뮤니티는 감정 교류를 하지 않는 것이 대세로 잡혀졌기 때문이다. 누칼협(누가 칼로 위협해서 억지로 시켰냐?), 알빠노(알빠 있냐?), 지팔지꼰(자신의 팔자를 자기가 꼰다)처럼 감정교류를 사전에 차단하는 단어가 득세하고 나하고 싶은 말만 주구장창하고, 누구 공격할때나 우르르 몰리고 있거든. 점점 갈수록 인터넷에서는 두가지 감정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자랑하는 것, 아니면 공격하는 것. 그럴거면 커뮤니티를 왜해? 감정 교류도 안해, 감정 교류도 못해, 그냥 분풀이, 화풀이, 진심어린 축하는 물론 관심조차 돌아오지 않을 자랑질이라면 차라리 벽보고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특히 커뮤니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커뮤니티에서 탄생된 사상, 철학, 담론들인데 과연 감정 교류를 거부하는게 대세인 커뮤니티라 그런지, 그곳에서 만들어진 담론 역시 사람과 집적 대면하면서 만든 담론이 아닌 남는게 시간뿐인 사람들이 좋아라 하는 담론만 득세하기에 참 현실성 없고 황당한 담론들이 많다. 그로 인한 사건이 바로 숏컷을 한 여성에게 페미니스트일 거라는 이유로 폭행한 사건 있지 않은가. 사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숏컷 여성에 대한 혐오가 상당하지만 이것을 현실에 끌고 오는 순간 범죄가 되고, bbc처럼 <South Korean man attacks shop clerk he thought was a feminist> (2023.11.06) 라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반대하는 사람은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옹호한 사람은 절대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게 모두 인터넷 안에서나 통하는 담론을 현실로 가져와서 그렇다. 본인도 쪽팔리는 거 아니깐 그러는 거지 뭐. 바퀴벌레처럼 손전등 한 번 쫙 비추면 우르르 도망칠 불완전한 담론이자 막상 현실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담론이며 앞에서는 응원했다가 뒤에서는 도망칠 엄청난 충성도를 가지고 있는 사상들, 그것을 진지하게 믿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시간낭비가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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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깐 언젠가 함께할 나의 아들아, 커뮤니티 하지 마라. 그들은 보여주는 사상과 응원과 비난은 모래만도 못하는 응집력을 가졌기에 너의 시간은 소중하니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렴.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세워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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