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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재회 주파수를 듣는 이유 (수동적인 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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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를 ‘페이강간’이라 부르고 훝어보는 시선을 ‘시선 강간’이라 부를 만큼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공포 소재는 강간이다. 당연하지. 원치 않는 사람의 성욕 대상이 되고 또 성관계까지 한다는 건 정말 끔찍하니깐. 싫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는데 키스하고 뽀뽀해? 강간범은 감옥에서 덩치 크고 못생겼으며 성욕 넘치는 아저씨에게 기습키스 좀 당해봐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강간에 적대적이고 강간의 공포에 몸소리 치는 여자들이 자신의 욕구를 담아낸 웹소설에서는 강간을 단골소재로 사용한다. 어디 웹소설 뿐이랴. 여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박력있게 손잡기, 박력있게 키스하기”는 드라마 단골 장면이고 남자 주인공 역시 거칠고 까칠하며 집착하는 성격, 하나같이 여성을 배려해주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앞으로는 무해함을 좋아한다면서 뒤로는 유해한 남자와 유해한 소재 좋아하기. 이러한 모순에 대하여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앞전에 썼던 에세이 <무해 판타지에 빠진 여자>편에서 말한 것처럼 여자들은 무해하고 도덕적 이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뭔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성욕을 남자가 대신 해주고 이끌어주길 바라는 “수동적 성욕”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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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니 고백을 유도하라”라는 말이 아직까지도 통용되는 이유는 여성의 수동적인 성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멘트이기 때문이다. 데이트 비용 반반에 반반 혼수비용까지 나오는 시대에 여자는 그런면에서 참 보수적인 것 같다. 누군가 좋아하는 마음을 절제하고 상대가 그렇게 행해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욕망, 나는 무해하게 가만히 있지만 세상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심보.

  특히 여성의 욕구가 담겨있는 웹소설에서 강간이 하나의 절차인 것처럼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시작과 끝이 모두 남자탓인 범죄이기에 여자 주인공의 순수함을 입증 받을 수 있고, 또 큰 노력없이 매력적인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어 모든면에서 조건이 좋은 남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갑의 위치가 되며, 여성 독자의 수동적인 성욕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애인이 있다 못해 양다리, 열다리 까지 걸칠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강간하면서 계약 결혼하는 웹소설 스토리가 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지.



  다만 무해 판타지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페이 강간이라는 괴랄한 단어가 등장하고(그러면 직장인은 페이착취, 페이갑질인가?),  수동적인 성욕이 너무 지나치다보니 재회 주파수, 여떼부 주파수, 각종 주파수들이 여성들 사이에 성행한다는 부작용도 있다. 성욕을 대놓고 표출할 수 없으니 고고하게 가만히 있지만 속은 타 죽겠고, 남자는 내 마음대로 안되고, 그런데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각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웅웅거리는 주파수를 듣는거지 뭐. 그 모습을 보고 남자들은 “여자는 비이성적이다” 라고 하지만 사실 비이성적이기 보다는 본인의 표출 못한 성욕에 사로잡혀서 앞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가깝다. 마치 채팅 어플에서 여자와 한 번 잠자리 가져보겠다고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는 호구들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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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여자들 사이에서 착한 척, 예쁜 척, 있어보이는 척, 아는 척하는 것은 왕따가 되는 있는 지름길이고 털털하고 수던해보이면서 겸손하고 어떠한 욕망도 보이지 말아야지만 여초에서 문제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모든 여성들은 착한 척하고 있네? 본인의 욕망을 숨기고 주파수와 타로신의 힘을 빌어 자신의 욕망이 대신 실현되어주길 바라고 있었네? 보통 우리는 내가 인정하기 싶어하는 면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못생긴 여자는 못생긴 남자를 유독 싫어하고, 나쁜 사람은 자기만큼 간악한 사람을 싫어하며, 툭하면 사람들에게 실망했다던 사람은 자신에게 실망하며 떠나는 사람을 누구보다 이해하지 못해한다. 여자들 사이에서 유독 남자에 미친 여자새X, 남미새에 대한 불호가 심한 것은 본인의 숨기고 싶은 모습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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