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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유쾌함이 불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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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자이기에 남자들 사이에서 흐르는 어떤 미묘한 분위기나 생태계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물론 표면적으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남자들 사이에서 잘도 놀았지만 신체와 정신적인 차이로 인하여 그들의 문화를 뼛속 깊숙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특히 내가 가장 이해하지 못한 문화는 때리거나, 부수거나, 죽이는 것에 거림낌이 없다는 것,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해서 아닌 남자애들도 있겠지만 개미, 지렁이, 사마귀, 주인 없어 보이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이유없이 발길질이나 돌을 던지는 장난을 참 잘하고 놀았다. 내가 하지 말라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들끓는 피가 때문인지, 아니면 태생적인 차이 때문인지 몰라도 연민없이 잘 죽이더라고.
 
 
  한창 호기심 많은 어린시절이기에 그렇게 행동했을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물론 어린 시절처럼 과격하지는 않았지만 여자와 남자의 도덕에 대한 강박이 판이하게 다르다. 여자의 도덕관은 아주 숨이 막힐 정도로 철저한 무해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남자의 도덕관은 여자에 비해 굉장히 느슨하다 못해 정도를 모르는 무정부주의자로 보이기 까지 한다. 그래서 남자들 사이에서 유쾌한 남자, 상남자스럽다라는 남자를 보잖아? 어디 나사 하나 빠진 또라이가 도를 넘게 행동하고 또 그것이 좋다고 낄낄거리며 추앙하는 것을 보면 그저 나와 엮이지 않기를 간절하게 비는 수 밖에.
 
 
2
 


  사실 한국인들은 칭찬이라는 것에 인색하지만 그나마 여자들은 가식적인 칭찬이라도 하며 돈독함을 쌓지만 남자들은 심각항 정도로 야박하다. 츤데레 판타지가 있는건지, 아니면 서로 칭찬하는 모습에 어색함을 느끼는지 쉽게 칭찬하지 않더라고. 다만 그러한 남자들이 유쾌한 사람에 대한 칭찬에는 꽤 넉넉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남초의 극단성은 무정부주의다>편에 말한 것처럼 남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폭행과 여자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위법 행위인줄 모를 정도로 오직 힘의 논리를 중심으로만 작동하는 무정부주의 같기 때문이다. 위법의 세계에서는 겁없는 녀석이 선봉대장이고, 미친놈들의 세계에서는 미친놈이 왕인 것처럼, 남자들 사이에서 유쾌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자들은 매우 과격하며, 굉장히 유해해보이는 사람이다.
 
 
  특히 제일 큰 문제는 가족들과 정상적인 애정 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남자들 중에 같은 동성에게 인정받고 싶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극단적인 영역으로 “유쾌”해 지는 것이다. 위험을 자처하는 태도, 무례함, 선을 제대로 넘는 행동의 원인 중에 유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로망이 한몫한다는 소리다. 학창시절 반에서 꼭 한 명씩 있었잖아. 어디 커뮤니티 사이트 말투를 쓰며 이상 행동을 하며 광대짓을 자처하던 남자 아이. 차기 유튜버 스타를 꿈꾸며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조차 다하며 유튜브 자체의 물을 흐리는 격 떨어진 남자 어른. 하지만 여자에 비하여 남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허들은 현저하게 낮기에 "자식 유쾌하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넘기곤 한다. 
 


  문제는 그 선이 통제를 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가게 되면서 무엇이 범죄고, 무엇이 범죄가 아닌지 모르는 수준까지 가게 된다는 점이다. 너무 높아서 앞뒤 꽉꽉 막힌 여자의 도덕성도 문제지만 느슨해도 너무 느슨한 남자의 도덕성도 문제다. 남자인 당사자 본인, 남자의 부모, 동성 친구들, 그리고 사회적 시선 역시 남자의 도덕성에 너무 너그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된 남자가 바로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엄청난 자비인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행동하는 남자" 아니겠는가. 남자들 사이의 낮은 도덕성으로 만들어진 폭력 문화가 아주 당연한 줄 알고 여자에게 너그러운 자비를 베풀어준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으니... 여자든 남자든 사람을 때리면 임마, 그건 범죄인 거지 뭔 아량을 베풀어주듯이 쳐 말하고 있어?
 
 
3
 

  사실 알 사람은 다 알테지만 “남자답다, 유쾌하다”는 말은 절대 칭찬이 아니다. 그 사람을 진짜 존경하고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평생 함께할 친구로 두기에는 뭐한데 가끔 사고쳐서 재미를 주며, 엔돌핀 돌게 해주는 애라서 치켜 세워주는 것이다. 마치 유부남들이 늦은 나이에 결혼 못한 남자를 만나면 "결혼 하지마. 결혼은 지옥이야, 마누라 때문에 죽겠어, 나 완전 잡혀 살아, 자식들 때문에 등허리 휘어 죽겠어."라고 하지만 내심 속으로는 미혼남을 안쓰럽게 보는 것처럼 말이지.
 
  그런 것을 보면 남자의 적도 만만치 않게 남자인 것 같다. 유쾌하다고 칭찬을 빌미로 삼아 한 사람을 멍청이로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니깐. 그런데 제발 그런 멍청이들 그만 좀 양상해주면 안될까? 유쾌한 남자, 남자다운 남자, 상남스러운 남자가 진짜 칭찬인 줄 아는 남자를 그만 좀 탄생하게 만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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