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글쓰는 학과로 입학하고 첫 소설 수업 때 난 직감했다.
아................. 난 문학적 재능이 없구나.
그러니깐 아예 기질 자체가 다른거야.
내가 불이라면 다른 애들은 흙이나 물처럼 쉽게 자신을 내면을 보여주지 않는,
좀 더 끈적하면서도 무거운 기질을 가진 글을 썼고
반면 나는 불처럼 파르르 타오르며 그 모든 것을 보여주는 글을 썼다.
숨기는 것, 속이는 것은 내 기질이 전혀 아니거든.
그래. 사주팔자에서도 오행으로 흙과 쇠가 많은 사주가 글을 잘 쓴다고 하더라고.
왜냐하면 글쓰는 행위 자체가 흙더미에 숨은 본인의 감정을 파낼내는 삽질,
즉 흙과 쇠의 조합인데 나는 불이라고요.
퐈이아.
그러다보니 내 글은 참신한 표현, 참신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진중함과 사유가 얇은 글로 평가 되면서
학과 안에서도 그렇게 글을 잘 쓴다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러니깐 독특한 아이디어는 있어, 하지만 가볍게 느껴졌기에 인정을 받지 못했지.
특정 교수는 내 글에만 늘 C+를 줬을 정도니깐.
하지만 어떤 교수는 내 글에 늘 A+를 줬을 정도로 호불호가 갈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줍잖게 흉내내지 않고 나로 나가기로 했다.
응. 필사 단 한문장도 쓰지 않을 정도로 내것 만들기에만 집중했다.
뭔가 깊고 깊은 사유, 가슴에 찜찜하게 남는 스토리,
나에게 그런 글을 쓸만한 재능이 없었지만
이상한 끈기, 이상한 고집, 남이 뭐라고 하던 말던 내가 옳으면 장땡인 생각 덕분에 내 스타일대로 밀고 나갔고
메이저 신문이나 메이저 출판사에 등단하거나, 메이저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동기들 중에는 가장 많은 공모전에 당선되고, 가장 많은 상금을 차지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교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 내가 봐도 에이스였다니깐?
무엇보다 지금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이것이 결국 내가 가장 작가로서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간혹 문학 관련 학과에 입학해서는
"국문과 문창과 학생들의 글이 재미없는 이유, 한국 소설이 재미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
한국 문학이 망하는 이유"라는 글을 커뮤니티에 쓰거나 실제로도 그렇게 말하면서
휴학이나 퇴학하는 애들이 있는데 나는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당신은 작가로서의 기질이 없으니깐.
투덜거리면 뭐 바뀌기는 해?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선택하라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문학적 기질의 스타일로 본인을 바꾸던가, 나처럼 뻔뻔하게 나가는 철판을 가지던가.
문학적 기질보다, 작가로서의 기질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 인생 자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쉽게 부러지지 않는 어떤 결단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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