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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서는 짐승들, 도파민을 찾아 우가우가.

에세이/옥덕순의 인간 관계학

by @blog 2025. 7. 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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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에 고충을 느낀 사람 대부분은 "어쩔 수 없지 뭐. 사람놈들이 그렇지 뭐." 라는 생각에 대해 쉽게 용납하지 못해하는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미안하지도 않냐 말하며 책임을 묻지만, 그래봤자 돌아오는 대답이 별거 아니라는 거 알고 있지 않은가. 심심해서 그랬어요, 무의식적으로 그랬어요, 그냥 죄송해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질문한 사람은 허탈감에 빠지겠지. 고작 그런 이유로 때문에 그런 짓을 했다고? 좀 더 원대한 이유가 아닌? 마치 우리가 어떤 위대한 목적을 가지거 태어난 줄 알지만 사실 별것 아닌 것처럼 인간의 행동에 있어서는 별 이유 없다. 그냥 눈이 부셔서 총을 쏴 사람을 죽인 뫼르소처럼, 자신을 키워준 주인을 아무 이유없이 물어 뜯어 죽인 맹견처럼 말이지.

 


  묻지마 살인의 가해자를 보고, 또 인간관계를 돌이켜볼 때 우리들은 인간을 너무 이데아적 인간으로 취급한다는게 문제다. 실상은 짐승과 가깝고 자기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동물인데 그것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간과하더라고. 그러니깐... 친구와 같이 놀고 있는데 갑자기 길가의 팻말을 발로 차는 거야.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었더니 오늘 회사에 있던 일이 짜증나서 홧김에 그랬다네? 어린시절에도 놀이터에 놀던 남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녀서는 아무 이유없이 어떤 애를 때리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그에 대한 타당한 이유는 없는 것처럼. 그냥 그애가 힘없어 보이고 마침 심심해서 괴롭히려고 했던 것처럼. 그러고서는 다 ~ 옛날일이고 다 ~ 좋은 추억이잖아 그치?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모습까지 완.벽. 이처럼 인간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어떤 인과률을 찾으려고 하지만 주머니 속에 들어간 이어폰이 꼭 엉커져 나온 것처럼 이유도 모르겠고 원인도 모르겠다는 거. 오직 대처법만 있다는 것 뿐.
 
 

  그 사실도 모르던 어린시절의 난 역사 왜곡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 기왕후, 이걸 왜 사람들이 보는 걸까 혼자 답답해했다. 그러니깐 이완용이 미남으로 나와 조선 여자와 로맨스하는 그런 스타일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지. 사이비종교나 다단계 역시 마찬가지다. 인맥이 넓어져서 좋다, 좋은 사람들도 많다, 다단계라도 상품만 좋으면 된다, 소문대로 나쁘지 않다, 라고 해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악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하잖아. 그러나 이제야 그 사람들의 행동 이유를 알 것 같으니, 인간은 옥시토신의 노예이자, 지금 당장 행복하면 다음이 뭐 어떻게 되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옥시토신을 줘. 우가우가. 그로 인해 생길 일은 다음에 생각할테니 당장 달라고. 그것이 무슨 영향을 주던, 악영향을 주고 나쁘던 말던 내가 지금 행복하면 장땡이라고요. 즉 두발로 서는 짐승새끼나 다름 없다.
 

 
  이건 나이가 많든 적든, 어느 지역에 살던 말던,  돈이 적던 말던 그런 것은 전혀 상관이 없다. 사람을 짐승보다 위대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인간관계를 용이하게 만드는 필수요소다. 물론 인간은 혐오하지만 고양이, 개에 환장하는 개빠, 냥빠, 애니멀 호더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인간이 만든 최악의 발명품인 신을 믿으라는 것도 아니다. 대신 무엇보다 변덕적인 인간의 통계를 추론하고 패턴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에 있어서도 이러한 인간 본성을 잘 파악하느냐가 또 중요하다. 5분만 걸으면 가격도 저렴하고 메뉴도 다양한 식당이 나오지만 그 5분을 걷기 싫어서 값을 2배로 지불하고 먹는 것처럼 말이지. 그 5분 거리 자체가 가게의 매출을 확 바꿔버리고 땅값 역시 인간의 귀찮음에 의해서 확 바뀌어 버린다는 거. 맛집 같은 것도 그렇잖아. 주변 가게는 가격도 싸고 웨이팅도 없는데 굳이굳이 줄을 서서 이름이 알려진 가게에 간 이유와 같다. 맛에 대해 보증이 되어 있으니깐, 안전하니깐, 인스타에 후기 남기면 기분이 좋으니깐,  바로 이런 인간의 "기분이 조으니깐요" 감성을 이해하면 이해 안되는 것도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이 다 그렇지. 짐승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지 뭐. 똥 오줌 히히히. 섹스섹스 히히히. 그들에게 어떤 깊은 철학이나 생각을 요하지 말아라. 아 머리아프다고오오오! 내 내 욕구 해결해야한다고오오오!! 히히 섹스섹스. 이렇게 생각하니 한걸 편하고 불규칙한 인간상이 잘 보일 것이다. 종교와 다른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칼침을 맞을 뻔한 스피노자는 그 옷을 보관하고서는 모든 인간이 이성적이지 않구나.... 라고 했다지 않은가.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말이 안되는 논리로 무장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법이라는 체계가 강제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 역시 공포 아래에서 사람을 두어야 컨트롤이 가능하고, 자본주의로 탐욕이라는 영역 역시 방치하는 이유가 그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공포와 탐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인간들, 그게 바로 짐승이지 뭐야.
 
 
  더불어 기분대로 살아가는 비둘기를 보고 우리가 위대함을 느끼지 않은 것처럼 기분대로 살아가는 인간을 보고 우리는 위대함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사는 것을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깐 당장 그 사람이 살아있어야 이득을 본 사람들이나 그 사람의 생명을 위대하다고 하지, 타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상사가 비명횡사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는 부하 직원이 있는 반면에, 그 상사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지. 이것 역시 기분이 좋거든요, 이론에 따르면 본인의 이익과 기분에 따라서 사람을 판단하는게 드러난다.
 
 
  지금 밖에 비가 엄청 내린다. 뭐 기록적인 폭염이다, 장마가 사라졌다 어쩌다 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오늘 홍수 때문에 사람들이 떠내렸다고 한다. 오늘 홍수 때문에 가축들이 떠내렸다고 한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자연이나 그래야 기분이 좋거든요, 라며 아주 제 멋대로 행동하는구나. 드디어 찾았다. 이 세계의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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