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BL] 아는 누나랑 로봇성애자 아저씨 뒷담화깜 (미스터로봇 팬픽)

단편소설, 팬픽, 팬아트/팬픽

by @blog 2026. 2. 7. 17:06

본문





하이힐을 신었다고?


  요원 아지트 옥상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던 26번은 타자 두드리는 손을 멈추고 다시한번 재문이에게 바라보면서 물었다. 패션쇼용 로봇 아니냐고. 아니면 눈요기용 로봇이던가. 재문이는 그 로봇의 정확한 쓰임새를 잘 모르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었고 대신 로봇 외형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이힐을 신는 것도 모자라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머리카락까지 심었더라. 눈화장도 한 거 같던데. 하다하다 눈썹, 입술, 치아까지 구현해냈어. 그 말에 26번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아까와 달리 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재문아, 그...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는만큼 여러 성적 취향도 있어.
그건 아닌 거 같던데. 어떤 성적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로봇이 아니라 경호원 겸 비서 기능을 하는 로봇이었어. 게다가..
?
그냥 사람이더라. 걸음걸이는 물론 손 움직임까지 매우 자연스러워.
그거 혹시... 팔아?
나도 분석해보려고 파냐고 물었어. 그런데 안판다더라. 자체적으로 만든 비매품 같았어.



  재문이는 기술격차가 10년이상 빠른 영재 기관에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람에 가까운 로봇은 본 적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로봇에 미치지 않고서야 만들 수 없는 기술, 거의 예술의 경지나 다름 없기에. 직감력이 강한 재문이는 그런 기술력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남자 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26번은 잭팟이라도 터진듯 표정으로 내가 말하지 않았냐고, 그 사람 분명 괜찮은 남자가 맞다고 했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능력까지 좋다니. 오히려 그를 천재수준으로 높이 평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다는 말과 함께 역시 그 임무는 자신이 맡아야 했다며 아쉬운 기색을 표했다. 임무도 하면서 눈호강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정말 아쉽다.



이래서 내가 그 임무 맡겠다는 거야, 왜 자꾸 그 놈한테 사적인 감정을 느끼는 건데!

 

 

 

 

 

  순간 침착하기로 소문난 재문이가 아지트 옥상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감정을 터트렸고 너무 놀란 26번은 노트북 옆에 둔 커피를 떨어트릴뻔 했다. 15년동안 가까이 그를 지켜본 결과, 학술원은 물론 미륵보살돔에서도 젊은 현자라고 불릴만큼 재문이가 화를 터트린다면 그건 무조건 상대방이 잘못했을 정도로 침착함과 공정한 판단만을 유지해 온 그였으니깐. 마치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 바위가 소리친 것처럼 26번이 너무 놀란 눈으로 재문이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자신이 순간적인 충동에 휩싸인 사실에 부끄러웠는지 진땀을 빼며 변명하듯이 말했다.


 

 

 

 

미안해 누나. 그런데 요원이 조사 대상을 객관적으로 봐야지 사적인 마음을 담아 보면 안되잖아.

그냥 해본 소리야... 혼잣말 같은 거라고.

그리고 그런 로봇을 만드는 능력은 사회적 혼란만 야기시킬 뿐 결코 좋은 능력이 아니야. 사람이 필요하면 사람을 쓰면 되잖아. 로봇이 필요하면 로봇을 쓰면 되고. 왜 로봇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어중간한 것을 만드는 건데?

그래... 그러고 말고...

 



  화창하고 따뜻한 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냉각된 분위기에 26번은 커피를 마시는 척, 그와 동시에 재문이의 동태를 훔쳐보았다. 역시 아까 화낸 것에 대해 창피했는지 붉으스름해진 볼을 가지며 검정 장갑을 낀 자신의 손을 만지작 만지작, 그리고 고개를 돌려 26번에게 뒤통수를 보이며 옥상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그거 인가?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자꾸 그 남자 편을 들어주어 섭섭함을 느낀건가.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26번보다 그 남자에게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재문이가 분명해보였고 그 사적인 감정은 좋은 감정이 아닌 강력한 악의였다.  이에 그녀는 어차피 그런 로봇 E.G 프로젝트에 채택될 일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재문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물론 안드로이드 로봇이 레드오션에 가까운 로봇업계에서 유일한 블루칩이지만 청수재단이 주도하는 대 효율성 프로젝트에 채택되기는 문제가 많으니깐.

 

그뿐 만이 아니야 누나. 그 정도 로봇을 만들 실력이면 로봇 사병을 만들어 낼 실력도 충분하다는 증거나 다름없지. 다만 물증이 없고 심증만 있을 뿐이지만 반드시 증거를 찾아내어 감옥에 쳐 넣겠어.

그럼! 그래야지! 문제가 있다면 감옥에 들어가야지!

만약 조금이라도 반항 한다면... 아주 개작살을 내버릴거야.


  우선 자신에게 게이 같은 놈이라고 나불거리는 주둥이를 한방 때리고, 만약 흉기라도 들고 위협한다면 그것을 휘둘기도 전에 인대를 끊어버려 비무장상태로 만들 것이다. 어차피 성인 남성 하나 반병신으로 만드는 건 재문이에게 문제도 아니었다. 게다가 앙상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두말할 것도 없었고. 허락만 떨어진다면 1분, 아니 30초가 되기도 전에 제압할 수 있다. 물론 기회만 주어진다면 말이지.


그런데 재문아, 그... 왠만하면 직접적인 분쟁은 벌이지마. 너가 아까 안드로이드 로봇이 경호하고 있다 말했잖아.
알아. 그런데 주인 닮아서 뼈마디 밖에 없더라. 꼴에 키는 커서 표적 삼기도 수월하던데.
흐음.
거기다 하이힐이라니, 주먹 몇번 휘두르다가 자기 혼자 고꾸라질지도 모르겠네.
흐으음....


  26번은 작업하고 있던 노트북을 잠시 접어두고 오늘따라 많이 예민하고 까칠한 재문이 곁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자신에게 뒷통수를 보이며 옥상 아래 전경을 내려다 보는 검정 정장의 앳되고 어린 남자, 국가를 주도할 엘리트라고 하기에는 많이 어린 나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런 재문이를 26번은 지긋이, 그리고 가만히 내려다보자 그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둘은 눈을 마주쳤다.

  학술원에 다녔을때만 해도 26번의 눈은 강민의 경호 로봇처럼 황금색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하여 머리카락과 눈썹은 물론 눈동자까지 염색 수술을 했고,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하얗게 변하면서 그녀의 동공은 검정 레이저 포인터처럼 무엇을 바라보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정확히 초점을 맞춘 대상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 재문이의 날카로운 마음이 순식간에 차분해졌고 이게 모두 파블로프의 개처럼 학술원에서 얻은 나쁜 습관이었다. 마음의 의지를 오직 한 사람에게 몰아 붙인 후유증이었다.

 


걱정 되서 하는 말이야. 너가 맡은 임무 우리에게 할당되기전에 정보부에서 먼저 했다는 거 알지?

나도 알아. 지금 우리 자리가 잠시 붕떠서 짬처리 시킬려고 다 떠 넘기고 있잖아.

그 전에 그 임무 받은 전임자가 사람 하나 고용해서 부사장 미행시켰다고 하더라. 그런데 어떻게 된 줄 알아?

모르겠는데...

거의 반갈죽이 되서 왔어. 1년 내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간신히 퇴원했다고. 왜인줄은 당연히 알겠지?

 


하지만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재문이는 반박했으니, 누나. 우린 학술원 출신이야. 보통 사람들과 많이 다른 거 알잖아.

 


알지. 하지만 학술원 출신이라고 해서 자동차 탄 사람과 달리기 경주하면 이겨? 그건 아니잖아. 그리고 학술원 출신이라면 당연히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모두 계산했기에 엘리트 자리에 앉혀 준 거고.

...

그렇지? 맞지이?

그래. 맞아.

그냥 전신 무장된 경호원이라고 생각해. 청각 증폭기와 적외선 센서를 365일 몸에 끼고 다니는 요원으로 생각하라니깐.

 

 

물리적인 분쟁 상황이 올 때 재문이는 자신있게 강민을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26번의 말에 질 수도 있겠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이게 모두 비매품이자 그가 직접 만든 로봇, 아무리 사람처럼 만들어도 명백히 로봇인 그것 때문이겠지.

 

 

...그러면 뭐 어떻게 해야해.

방법은 아주 많아. 쇼커를 사용해도 되고 해킹을 해도 되고. 다만 상대가 이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방비책을 안세워주길 기도하는 수 밖에.

 

 

그렇게 말한 26번은 점심 약속 있다면서 테이블 위 노트북을 가방에 넣어 정리했고 그녀가 엘레베이터를 타기 전, 재문이는 다급하게 말했다.

 


누나가 보기에는 어때? 내가 이 임무를 잘할 거 같아, 못할 거 같아?

...

내가 그 새끼 약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새끼라니 역시. 아무리 봐도 자기보다는 재문이가 그 남자에게 감정이 실려 있었고 이번 임무를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집착이 심하면 심할수록 일을 그르치게 되겠지. 26번은 대답 대신 묘한 미소를 지었고 그럴수록 재문이는 대답을 재촉했다.

 

 

남의 약점 찾으려고 혈안 부리다가는 오히려 너가 그 남자에게 약점을 잡힐지도 몰라.

...

거기다 천재잖아. 어떤 분야에 있던 간에 천재는 공통적으로 통찰력이 좋거든.

누나!

 

 

그때 엘레베이터가 도착했고 그녀는 열림 버튼을 꾹 누른채로 다급하게 자신을 부른 재문이를 바라보았다. 

 

...

?

...

...

아니야... 조언해줘서 고마워...


 

  26번은 미소를 씩 짓고서 언제 단둘이 밥 한 번 먹자는 말과 함께 엘레베이터를 탔고 옥상에 혼자 남은 재문이는 아까처럼 장갑을 낀 자신의 손을 만지작 거렸다. 사실 재문이는 그 남자에 대해 좋은 소리 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됐다. 그녀를 통제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자신이 무슨 권한으로 컨트롤 하려는 건데. 애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서로 마음을 확인한 상태도 아닌데. 사랑이라는 것은 양쪽 모두가 동의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고 만약 그 과정에서 누군가 끼어 든다면 한순간에 엉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모두 그 남자다. 불쾌한 현재, 불길한 미래, 모두 그 남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 부사장을 이 사회에서 부재시키는 것. 물론 박재문 박사 때처럼 물리적인 방법까진 사용하지 않겠지만 수많은 간접적인 방법을 재문이는 잘 알고 있었다. 



*

 

 

 

 

 

 

 

미스터로봇 세계관과 문명 비욘드어스 청수 세계관을 아주 잘 섞어 놓았음.

대충 변곡점이 와서 외계행성으로 파종단을 보낸다는 청수 세계관과 다르게

이 팬픽의 청수는 시딩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대신 대효율성 프로젝트인 E.G 프로젝트를 시행,

비효율적인 사업은 축소시키고

로봇산업 및 에너지 재활용 기술에 전폭적인 지지를 함.

장소는 네오부산이구요.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