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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김현진에 대하여 9 / 2005년 신인 드래프트

과거 스타크래프트1 인물 리뷰

by @blog 2019. 6. 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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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상반기 처음으로 도입된 프로게이머 드래프트 시스템. 그야말로 E스포츠 역사 최초의 드래프트인 것이다. 대부분 성인이 되지 않은 준프로들이고 몇몇은 현역으로 뛰었던 선수도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다름아닌 김현진. 그를 모르는 감독은 없다. 광안리 결승전을 못봤던 감독 역시 없다. 그리고 왜 이 곳에 왔는지도 안다. 그래서 감독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좋지 않았고 김현진 역시 고개만 숙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도망가면 두번 다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이곳이 최후의 보루다. 

 

 

 

 

  김현진은 T1에서 방출됬다. 

 

  그것은 자신도 예상했던 일이다. 가장 큰 원인은 부진한 성적일 것이다. 전략적인 면으로 가려다 이도저도 되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격 T1팀의 성적 역시 떨어졌다. 이에 주훈은 T1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SK텔레콤 T1 주 훈 감독과의 일문일답!!
■ 스토브리그의 계획은?
≫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론트가 모두 20일까지는 휴식을 갖기로 했다. 21일부터는 시행착오를 돌이키고 본격적인 팀 재정비에 들어간다. 정확한 일정은 아니지만 22일 부터 전지훈련도 예정돼 있다.

- 생략

■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오리온 시절부터 함께했던 팀원 모두가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시기를 계속 같이 지내온 선수들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조강지처 같다는 느낌이랄까. 

[파이터포럼 황재훈 기자의 감독열전] SK텔레콤 T1 주 훈 감독 (1

 

  그리고 인터뷰 바로 다음날 3월 21일, 성상훈 코치, 이창훈, 김현진이 방출되고 박태민, 전상욱이 들어온다. 그 뿐만 아니라 고인규와 윤종민을 제외한 나머지 연습생들도 방출된다.(2 그야말로 대규모 물갈이였다. 주훈 감독 역시 오랫동안 같이 한 멤버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은 기억으로만 남겨야 하는 법. 자칫하다가 나머지 멤버와 자신마저 방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중한 조강지처같은 팀원들을 떠나보낸다.

 

 

 

삼성전자 칸으로 갔는데 T1유니폼에 싸인해달라고 요청받은 이창훈(임요환 웃음)

 

  그나마 성상훈 코치는 새로운 일을 구하고 이창훈은 삼성전자 칸으로 바로 이적하고, 박정길은 4월 30일 KOR로 이적하게 된다. 하지만 김현진을 부르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참가한 곳이 2005년 프로게이머 신인 드래프트다. 그리고 예상대로 반응은 좋지 않았다.

 

 

-드래프트 1차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데. 
김현진을 영입할 것이라는 질문이라면 바로 대답해 드리겠다. 대답은 바로 노(NO)다. 김현진을 영입할 생각은 없다. 

-이유는 무엇인가. 
김현진을 영입할 생각보다는 현재 우리 팀 준프로게이머들을 거둬 들이는데 목적이 있다. 그 선수들은 충분히 재능이 있으며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대성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본다. 

김현진을 지명할 생각은 없다." 1차 1순위 지명권 행사할 플러스 조정웅 감독 인터뷰 (3

 

 

 

 

 

  조정웅 싸가지 없네?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왜냐면 김현진을 발굴해낸 사람이 바로 조정웅이다. IS팀에서 김현진, 김성제가 나갈 때 가장 실망했던 사람 역시 조정웅이다. 조정웅은 후에 PLUS 팀을 만드는데 자신의 팀에 김현진을 영입할 생각이었지만 이미 그는 팀을 나가고 주훈 감독이 이적료를 주고 완전히 떠나보냈다. 조정웅의 입장에서는 김현진이 괘씸해보일 것이다. 잘나갈 때 도망가던 애인데 영입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하지만 김현진은 이미 그런 각오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 방출 후 드래프트를 선택하기까지.
≫ SK텔레콤에 몸담고 있을 때 좋은 성적을 못 냈기 때문에 방출 소식을 듣고 큰 불만은 없었다. 옛날처럼 좀 잘했으면 남아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동안 성적도 못 냈고 결승같이 중요한 순간에 패배해서 이미지도 안 좋고… 방출 후 게임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팀을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혼자 알아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때가됐다. 그만둬야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계속 그만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했다가 다시 한번만 해보자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만두는 것은 왠지 내가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드래프트에서 뽑힐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다행히 뽑아주셔서 다시 게이머를 할 수 있게 됐다.

[경향게임스][황재훈 기자의 프로게이머 돋보기] e네이쳐 김현진| (4

 

 

  하지만 감독들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스포츠는 승부의 세계다. 준프로들은 공개되지 않는 카드라면 김현진은 이미 공개된 카드고 그는 에이스카드도 아니다. 이대로 끝일까 생각할 즈음 누군가 그를 선택한다. 그는 바로 이네이처 탑 감독, 이대니얼 감독이다. 

 

 

 

 

 

  이대니얼, 이지호 감독은 지금 봐도 독특한 감독이다. 우선 그가 스폰서의 제왕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 일 것이다. 귀신같이 스폰서를, 그것도 굵직굵직한 곳에서 구해 선수들의 연봉을 후하게 준다. 당시 선수에게 1억이라는 연봉은 임요환 급이나 가능한데 그것을 기욤패트리, 베르트랑, 장진남, 장진수 선수들에게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물론 이건 나의 주관일지 모른다. 그러니 너무 귀담아는 듣지마라.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대니얼 감독의 문제점은 꼭 방출되거나 실력이 하락하는 선수를 뽑는다는 것이다. 기욤패트리와 베르트랑 선수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기용한 시점은 임요환과 이윤열이 등장하는 시기였다. 이미 그들은 이기석과 국기봉 선수와 같이 하락기를 예상해야되는 1세대 선수들인 것이다. 물론 기용시점부터 1~2년간은 좋았지만 너무 믿었던 탓에 신인 기용을 기피, 그리고 믿었던 선수들은 하나 둘씩 은퇴를 하게 된다. 

  이지호 감독은 도대체 왜 하락중이고 방출된 선수를 뽑을까? 그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착한 마음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하락중이라는 빌미로 연봉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다른 감독은 몰라도 이대니얼 감독은 선수 복지와 연봉에 누구보다 민감한 감독이니깐. 그것도 아니라면 성적이 하락중인 자신의 팀에 감정이입을 해서 그와 같은 선수에게 연민을 보이는 것일지도.

  정말로 이대니얼 감독은 순수한 마음으로 E스포츠에 참가했다. 그는 입양아였고 한국인 부모님을 찾기 위해 한국 어학원에서 일을 했었다. 그리고 배틀넷에 만나게 된 기욤패트리의 매니저 겸 스폰서 계약을 해주었고 그것이 점점 확장되더니 베르트랑, 장진수, 장진남와 함께 AMD에서 스폰받는 AMD팀이 탄생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팀원들끼리만 해보자는 마음이, 후하게 배푼 연봉이 빛이 발휘하지 못했다. 신인 양성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E스포츠가 괜히 E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 계열 중에 하나라서 누구보다 신인 기용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2005년 드래프트에 참가해 신인을 기용하려고 했지만 한때는 활약했지만 하락기인 김현진과 나경보 선수를 선택한다. 특히 나경보는 2005년 상반기 드래프트에 참가하지만 2005년 하반기에 바로 은퇴해 버린다. 물론 1순위에는 조용성 선수를 뽑지만 조용성 선수도 PLUS팀에 방출된 선수였다. 다른 감독들은 김현진을 택한 것에 이해하지 못해한다. 김현진도 그걸 알기에 이지호 감독에게 누구보다 감사해한다.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한다. 나경보 선수와 김현진의 인터뷰는 지금 봐도 간절하기 그지없다. 

 

 

[2005/03/24 파이터포럼] 헥사트론 입단한 김현진, 나경보 인터뷰



-드래프트에 나왔는데. 
▶김현진(이하 현)=개인적인 고민이 많았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 따가워서 괴로웠지만 결과에 만족한다. 
▶나경보(이하 나)=드래프트에 나오기까지 고민도 많고 겁이 났다. 아무도 나를 지명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뽑히니가 기분이 좋다. 

-두 선수 모두 2004년초 성적은 좋았는데. 
▶현=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사실 올해를 선수 생활 마지막 해라고까지 생각했다. 이번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나=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헥사트론 숙소 입소는. 
▶현=아직 숙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빨리 합류하고 싶다. 
▶나=최대한 빨리 들어가서 연습하고 싶다. 

-출연하고 있는 방송은. 
▶나=4월초 마지막 방송을 가질 생각이다. 가서 사정을 이야기드리고 양해를 구하려고 한다. 몇회 안 남았다. 

-마지막 각오는. 
▶현=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만둘 때 그만두게 되더라도 최선을 다 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나=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7년동안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후회하지 않고 싶다. 죽을만큼 노력해서 잘되려고 한다. 리그에 참가하지 않는 동안 경기는 안 봤다. 보면 볼수록 내 자신에게 성질이 났다. 

작성[2005-03-24 18:26] 

 

 

 

 

 

그때부터 김현진과 이대니얼 감독의 관계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 관계는 김현진에게 있어서 터닝포인트와 같은 시점이었다.

 

 

 

 

 

 

 

 

 

출처 

1) https://lostarks.tistory.com/63

2) [게임조선] SK텔레콤 박태민-전상욱 영입...'드림팀' 구성

https://lostarks.tistory.com/58

3) https://lostarks.tistory.com/65

4) https://lostarks.tistory.com/41?category=82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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