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우리가 수없이 들었던 말.
우리는 모두 유망주였다. 어린시절 가능성있다는 압박을 받으며 자라왔으니깐. 우리 아이는 조금 다릅니다. 당신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천재인데 노력을 안하는 것 뿐이야. 나는 뭔가 달라. 하지만 어른이라는 나이가 될 때면 대부분 깨닫게 된다. 자신은 유망주도 아니었고 특별한 사람으로써의 가능성도 없으며 프로 역시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유망주였었다.
김윤환의 프로게이머 시절은 유망주의 연속이었다. 선배에게도 동료에게도, 감독과 기자들과 팬들에게도 그 말을 들었다. 프로게이머 3년차인데도 유망한 신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언제나 가능성있는 새싹으로만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는 부드러운 새싹이 아니었고 가시나무에 가까웠다. 스스로에게 너무 날카로웠다.
신인이니깐 실수해도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하는게 아닌, 자신을 압박하는 능력만큼은 프로였던 모양. 반드시 능력을 보여줘야한다는 급박한 마음 때문일까? 자신의 실력을 강제적으로 끄집어내려다보니 생채기가 나고 스스로에게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가 STX로 이적하고 프로게이머를 그만두었던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상처입는게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가 김윤환을 리뷰하는 이유는 이영호의 사진을 구할 때 항상 그도 같이 잡혔기 때문이다. 포커스를 받는건 이영호고 김윤환은 흐릿하게 나왔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기자가 그렇게 찍은 것이다. 그가 하고 있었던 코치라는 직종도 그렇다. 물론 프로게임단에 코치는 정말 중요한 역할이지만 같이 노력해도 영광은 모두 선수가 가져간다. 이영호가 이루었던 수많은 커리어는 오직 이영호의 것. 김윤환은 이영호가 이룬 커리어를 들고 자신의 것이라도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그는 이스트로 박상우와 외모가 꽤 닮았다. 유망주에서 성장한 박상우와 그렇지 못한 외모가 닮은 어떤 팀의 코치. 호기심이 더욱 증폭되어 김윤환편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김윤환편도 박경락편처럼 그의 주변인물이 더 다루어진 느낌이었다. 특히 이영호편인지 김윤환편이지 헷갈릴 정도로 이영호에게 너무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게 김윤환이 인정받은 건 모두 이영호의 업적 때문이니깐. 그의 이름이 언급된 개인 인터뷰가 나왔던 건 모두 이영호 덕분이니깐. 마치 태양과 달의 관계 같았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다. 태양빛을 받아야지만 차분한 빛을 낸다. 그래도 그가 이영호의 빛에만 가려진 건 아니다. KT롤스터 해체까지 얼마남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전태양이 2015년 후반에 실력이 급상승한 것에 김윤환의 몫도 크니깐.
우주에는 태양같은 항성만 있는게 아니다. 항성의 빛을 물려받아 빛나는 행성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중 유난히 밝은 행성이 있고 김윤환은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선수가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무대에 내려오면 어깨에 손을 올려주는 사람. 어두운 백스테이지에서 더욱 빛나는 달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선수들의 인터뷰가 그 증거다. 그의 헌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 증거다. 그리고 그가 코치 유망주라는 선을 넘고 프로로 갈 수 있는 순간에서 KT롤스터 스타크래프트팀은 해체되어버렸다.
그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아니, 특별한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프로게이머보다는 특별한 직업은 아닐 것이다. 그를 유망주로 평가했던 스타크래프트팀이 사라지고 사회로 던져졌을 때 그는 다시한번 유망주가 되었다. 물론 어떤 것에 가능성이 있고 유망한지는 나도 모른다. 이제 그건 스스로 정해야하고 스스로 찾아야한다. 전태양이 그랬던 것처럼 10년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유망주였었고 지금도 유망주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그걸 찾는 게 평생이 갈지, 아니면 빠르게 찾아서 유망주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을지 모르니깐. 나는 김윤환을 응원하겠다. 같은 유망주로써 프로로 갈 수있는 자신만의 길을 찾기를 응원하겠다. 오래 걸리더라도 꼭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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