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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방법 - 마더2와 메탈블랙

에세이

by @blog 2020. 7.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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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벌스데이 투유. 이 글을 저장한 시점이 내 생일인데 그때 잠만 잤다. 예전같은 경우 막 5성급 호텔 디럭스 룸잡고 노을을 보며 태어난 것은 좋은거야... 라며 혼자 감상에 빠졌는데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 마저도 귀찮아졌고 생일을 의식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생일이 그렇게 중요한 날 취급하지 않은 게 언제부터였을까. 박혁거세마냥 알에서 신성하게 태어난 게 아닌 동물적인 섹스로 태어났다는 걸 알고나서 였나, 내 생일이 연예인 생일하고 똑같아서 비교된다 생각하고부터인가, 생각보다 나와 생일이 똑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나서였나.

  참고로 나와 생일이 똑같은 연예인은 박찬호, 이민우, 조인성. 어마어마하다. 나하고 스케일이 다른사람 엄청난 사람. 이상하다. 소위 사주팔자에 따르면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정해진다고 하는데 왜 나와 생년월일이 같은 사람은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가. 하긴 위의 세사람도 성격과 각자하는 일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사주팔자말고 태어난 날짜에 따라 성격과 운명이 결정된다는 미신들이 정말 많다. 서양에 있는 점성술도 그 중 하나라는 것. 그런 걸 보면 우리는 운명이 있길 바라는 것처럼, 운명이 정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21세기 첨단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주팔자와 만세력을 보며 불안을 해소하고 많이들 귀기울이고 있으니깐.

  정말 운명이라는게 존재할까? 정해진 삶이라는게 존재할까? 그러면 우리는 운명이라는 선생님만 따라가야만 하는 착한 유치원생인가? 

 

 

 

 

 

 

 

  초등학교 때 한번쯤은 배웠을 법할 소설 하나 이야기해보겠다. 바로 김동리의 역마라는 소설인데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해보자면 주막을 하는 옥화에게는 성기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성기는 역마살을 타고난 것. 옥화의 어머니가 역마살이낀 떠돌이 남사당패 사이에 옥화를 낳고, 하필 옥화도 떠돌이 스님 사이에 성기를 낳은 것. 옥화는 성기만큼은 역마살을 막아보자고 절에도 보내고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실패. 그런데 마침 체장수라는 자가 계연이라는 소녀를 대리고 주막으로 왔는데 옥화는 계연과 성기를 사랑하게 만들어 떠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려했다. 그렇게 계연과 성기는 사랑하는사이로 발전했는데

 

 

 

 

 

아.뿔.사.

 

 

  알고보니 계연은 옥화와 친척관계였던 것이다. 계연과 같이 온 체장수는 알고보니 옥화 어머니의 남편이었던 남사당패였던 것. 즉 계연은 배다른 옥화의 여동생이였던 것이다. 주말 막장드라마 단골소재로 자주나오는 숨겨진 혈연관계로 인해, 계연과 성기를 떨어지게 되고 성기는 못져 눕게 된다. 그렇게 앙상하게 말라가던 성기는 무언가 다짐한 듯 일어나더니 엿판을 맞춰달라고 부탁한다. 옥화가 그렇게 막아보려고했던 성기의 역마살이 실현된 것이다. 결국 성기는 계연이 갔던 장소도, 옥화가 있던 주막 쪽도 아닌 다른 길을 향해 떠나는데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모습을 보면 성기는 자신의 그런 운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식코인으로 존버하려고 했는데 상장폐지라니. 나라면 성기 머가리 깨부셨을듯요 ㅋㅋ

 

 

 

 

 

 

  벗어나보려 했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운명이라 한다. 노력했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 역시 운명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운명은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하나 예시를 들어보겠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의 괴로운 모습을 봐왔던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이 어른이 된다면 아버지와 달리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자기만큼은 아버지같은 사람이 아닌 화목한가정, 착한 남편이 되겠다고. 물론 그 남자가 여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최고의 남편, 아내와 깊은 마음을 교류하며 서로 보완하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스스로 얼마나 많은 자아성찰을 해야 이룰 수 있는지 다들 모르고 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될 것이며, 그것도 아니라면 어떠한 여자와도 마음을 나누지 않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본능처럼, 혹은 운명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남자는 아버지와 닮은 사람이 된다. 왜 그럴까? 소위말하는 운명, 전생의 업보라는 말로 그 사람 탓하며 넘어가는 비과학적인 시선이 아니라, 제대로 된 원인과 결과를 찾아보자. 남자는 꿈에도 바라는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 전에는 누구보다 불타오르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결혼하고 나서 엄마와 지냈던 것처럼 익숙하게 지내보려고 했는데 아내가 아이를 낳고, 남편으로써 책임감을 요구하게 된다. 남자는 책임감이라는 것에 낮설어한다. 분명 엄마와의 관계에서는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는데.

  또한 그 남자는 결혼 후 지속적으로 애정과 의견을 교류하는 방법,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가사노동분담에 대해 서툴다. 그 방법은 자기와 같은 성을 가진 아버지에게 배워야하는데 아버지가 그걸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가 책임감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누구보다 괴로워하며, 약간보여준 책임감에 생색을 내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요구만하는 아내에게서 벗어나 다시 어머니같이 참하고, 순종적이고 자신을 위한 여자를 찾으려고 한다. 왜냐, 과거 자신의 아버지도 그렇게 했는데 자신이 한다고 해서 큰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 같기에. 과거 아버지가 그런 문제에 크게 꾸짖지 않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그런 아내와 남자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어떻게 될까. 그 아들도 아버지처럼,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그게 운명이다. 슬프게도 그게 운명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아들은 아내와 잘 지내는 아버지에 대한 모습을 보지도 못했고 배우지도 못했으니깐.

 

 

(뭐 이건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마더컴플렉스가 심한 남자가 많은데 이유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정서적 유대가 없고 대신 어머니하고만 접촉을 많이 한 것. 그러다보니 결혼 후 아내와 엄마를 동일시해서 아내를 여자라는 존재보다 어머니라는 존재와 동일시한다. 소위 유부남들끼리 아내와 하는 것은 근친상간이라 농담도 주고 받는데 이건 마더컴플렉스에 기인한게 아닐까?)

 

 

 

 

 

 

  이건 마더콤플렉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부의 대물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소위말해 흙수저라고 불리는 계층은 부모로부터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은지에 대해 못 배웠다. 투자하는 방법을 모를 뿐더러, 운좋게 일확천금을 얻어도 소위말하는 유흥과 도박으로 쉽게 잃게 된다. 왜냐하면 부모로부터 돈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못 배웠기 때문이다. 애정결핍도 그렇다. 애정결핍이 심한 사람은 사랑에 굶주려 빨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어른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애정결핍일 확률이 높다. 이유는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부모가 사랑을 주고 받는 것에 서툰데 어떻게 자식이 그럴 수 있겠는가.

  혹시 알고리즘에 대해 알고 있는가. 알고리즘 중에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반복하는 루프 코드가 있다. 내가 99인데 100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계속해서 되돌아간다. 그게 바로 운명이다. 아버지로부터 결혼 후 어떻게 행복하게 사는지 못 배운 아들처럼,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모르는 흙수저처럼, 사랑을 어떻게 주고 받는지 모르는 자식처럼, 숫자 1이 없어서 반복되는 99처럼 계속해서 반복. 부족한 부분 때문에 불행을 계속해서 반복하는게 바로 운명인 것이다. 그 운명은 대물림 된 것이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운명따윈 없어, 나는 부모와 닮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지만 알고보니 부모로부터 못배운 요소때문에 부모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방법이 없는 것일까? 운명, 대물림, 그런 것에 벗어날 수 있을까. 

 

 

 

 

 

  게임 두 개를 설명해 보겠다. 1984년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게임 마더2(어스바운드)는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네스가 악의 근원이자 외계인 기가스를 물리치러 간다는 내용이다. 하늘에 내려온 UFO에 나온 벌레가 기가스를 막을 수 있는 선택받은 자는 오직 네스라는 것. 그리고 8개의 멜로디를 모으라는 말을 남긴다. 초등학생 네스는 자기 나름대로 여행 준비를 하는데 초등학생이 총칼을 살 수 없지 않은가. 야구 배트, 햄버거, 피자와 같은 지극히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들고 동료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1991년에도 마더2처럼 외계인을 물리치러 간다는 내용의 게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메탈블랙. 네메시스라고 불리는 정체불명 외계인이 기계와 융합하고 지구를 지배하려고 한다. 이에 지구군은 블랙플라이라는 전투기 2만대 만들고 대항하려고 했지만 네메시스와 지구정부은 노아라는 존재를 통해 평화협정을 맺으며(조건은 우주진출금지) 마무리된다. 그런데 한 사람, 블랙플라이 테스트 파일럿이었던 존포드가 비행기를 탈취하고 네메시스 본거지를 향해 돌진한 것이다.

  네스와 존포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것, 지구의 죽음이 결정된 운명을 바꾸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과연 네스와 존포드는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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