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에게 있어 2009년 4월이 악몽이라면, 2010년 6월은
지옥이였다
7위이기에 조금만 노력하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연패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지는 것도 패배는 패배. 이스트로의 순위는 급락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스트로가 연패하는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첫번째, 신희승과 신상호의 부재.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바이오닉 위주로 가기 위해 엔지니어링 베이에서 공격력, 방어력 3업을 했는데 배럭에서 유닛을 뽑지 못하는 것처럼, 08-09 시즌 오직 그 선수만을 위해 출전권을 투자했는데 빠져버린 것이다. 09-10 시즌 신희승을 믿고 테란 라인인 이호준과 남승현을 출전시키지 않아 다른 팀으로 갔는데 승부조작을? 거기다 신상호도? 그들을 너무 믿었던 것이다. 09-10 시즌에 평탄하게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악재가 덮쳐버렸다.
두번째, 위너스리그. 사실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시즌 당시 최약팀으로 분류된 공군 ACE팀이 중위권까지 오른적이 있다. 반면 강팀이었던 KT롤스터와 SK T1이 하위권으로 하락하게 되지만 3라운드인 위너스리그에서 이영호와 김택용등이 활약하면서 순위는 뒤바뀌게 된다. 물론 극적 연출이 많이 나오는 위너스리그가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승자출신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게임단들이 우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고, 이스트로 역시 1라운드에 5위, 2라운드에는 7위로 중위권을 달리고 있었으나 3라운드인 위너스리그를 거치고 나서 10위로 하락한다. (참고로 08-09 시즌에서도 이스트로는 위너스리그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순위가 급락한다)
(신상호 신대근 혹시 타팀 X맨 아닌거지?)
세번째, 서기수 코치의 부재. 박상우가 프로토스 12연승을 한 것, 이스트로가 프로토스에 강한 이유는 서기수 코치의 몫이 컸다. 그러나 6월 신상호와 함께 로스터에 말소. 이유는 마음의 짐없이 편하게 스타2를 시작하고 싶어서라고(1* 결국 소원대로 스타2 프로게이머가 됬지만 4강 한번 못가고 김원기와 함께 TSL 시원하게 공중분해 시키는데 일조하고 1년 뒤에 군대감. 응? 뭐야. (그냥 조용히 군대 갔으면 TSL 팬들의 원한은 안샀을텐데 ㅋㅋㅋ)
서기수는 이스트로 테란들이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면 어김없이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기에 여념이 없다. 이 덕분에 이스트로 테란들은 프로토스를 만나면 독특한 전략과 예리한 타이밍에 치고 나오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난 13일 김도우가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 SK텔레콤 도재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때 사용한 ‘바카닉 전략’도 서기수가 완성시킨 전략이다. 서기수는 김도우의 상대가 SK텔레콤 도재욱으로 정해진 뒤 김도우와 24시간 맹훈련을 하며 전략을 가다듬었다. SCV 숫자까지 맞추는 치밀한 전략 끝에 타이밍을 완성했고 끊임없는 시뮬레이션 연습을 통해 김도우를 훈련시켰다. 서기수는 “그때 (김)도우나 나나 죽을 뻔 했다”고 회상했을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거친 것. 결국 팀밀리로도 이길 수 없는 바카닉 타이밍을 만들어 낸 뒤 김도우는 도재욱을 잡아내며 팀이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또한 지난 24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 STX전에서 박상우가 김구현을 잡아낸 경기에서도 서기수의 역할이 컸다. 박상우는 그날 경기에서 배럭을 건설한 뒤 마린 한기도 생산하지 않고 곧바로 커맨드 센터를 가져가는 과감한 전략을 구사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기수와 박상우는 터렛 건설 타이밍과 벙커를 수리할 SCV 숫자, 상대 위치별 팩토리 추가 타이밍까지 연구했고 박상우는 김구현에게 완승을 거뒀다. / 김도우-박상우 프로토스전 '서기수 작품' (2 |
네번째, 전력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 신상호나 신희승이 있었다면 그래도 변수가 있기에 예측이 힘들지만 오직 5명만 있었기에 어느 맵에 누가 나올지 쉽게 예상이 된다. 특히 에이스 결정전에 가서는 김성대나 박상우가 나올 것이 뻔하기에 더 쉽고 말이다. 그렇다고 신인을 뜬금없이 던지는 것은 너무 도박적이기에 좋던 싫던 5명을 계속 내보내야만 했다.
(1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라 선수 돌려막기
거기에 김성대의 이상한 습관도 한 몫한다. 완전히 불리한 상황이 아님에도 너무 쉽게 GG를 치는 것이다. 2010년 5월 11일 SK T1의 정명훈 선수와의 대결, 6월 14일 이재호와의 대결에서 완전히 불리한 상황이 아님에도 GG를 친다. 이에 해설자는 맥빠지게 GG를 외친다. 사실 경기라는 것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예전 박상우와 김재훈 선수의 경기처럼 리콜을 잘못함으로써 완전히 역전도 가능한데 말이다. 그런데 이 습관은 KT 가서도 발휘되고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서는 승부조작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나 역시 그의 경기를 보고 정말 조작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건 긴장해서 나온 습관이라는 사실.
그러나 너무 GG를 쉽게 쳐서 이상하게 보이는건 사실이다.
주전선수라 쥐어팰수도 없었기에 김현진은 속으로 삭힌다
하지만 눈빛으로 말한다
(이제야 무섭게 변해버린 김현진)
꼭 승리해야 포스트 시즌에 갈 수 있는 2010년 6월 14일 MBC GAME 히어로즈와의 경기. 이 경기에서 지면 포스트 시즌 진출은 실패하고 09-10 프로젝트도 물거품이 된다. 다른 경기와 달리 이 경기에서 김현진의 표정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격정적으로 변한다. 왜냐면 이 경기에서 진다면 모든게 끝나니깐.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한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니깐. 이겨야한다.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그렇게 1경기가 시작되고 선봉으로는 박상우를 보낸다.
초반에는 박상우가 유리했다. 벌쳐와 탱크에 거기다가 마인대박까지. 본진바로 앞까지 유닛이 즐비해서 본진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비터의 등장으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스테이시필드로 유닛을 묶고 본진에 리콜까지. 결국 박상우는 GG를 친다. 프로토스 12연승 했던 박상우가 역전패 당하고 에이스임에도 허무하게 진 것이다.
응?
두번째 경기는 김성대와 이재호의 대결이다. 둘은 확장을 위해 멀티를 두고 싸웠고 이재호는 바이오닉 위주로 경기를 진행했다. 특히 12시 멀티를 두고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는데 여기서 또 안좋은 습관이 나온다.
- 해설자: 지금도 잘버티고 있거든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김성대가 버티는 구조였거든요. 당분간도 버텨야해요. 버티면서 견제. 3시 멀티 돌리기, 3시 멀티를 ... (침묵) 지지. 스스로 지지.
어응. 힘드렁
이 굴드병진시끼!
참고로 2011년 7월 19일, KT로 이적한 김성대는 이재호와 한판 더 붙게 된다. 퀸을 쓰고 상황이 팽팽하더니 또 쉽게 GG를 치고 KT 스태프는 물론 선수들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트시즌에 KT가 2점이고 웅진이 1점이라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였으니깐. 결국 KT가 승리하지만 아래의 승자 인터뷰를 보면 이영호는 이렇게 말한다.
- 이영호가 생각하는 KT의 키 플레이어는 누구인가 ▶ 이영호=사실 난 계속해서 김성대를 키 플레이어라고 생각해 왔다. (김)성대가 살아나야 팀이 더 잘 될 것 같다. 예전에 정말 잘 했을 때로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고, 그렇게만 되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이 완성될 것 같다. 요즘은 계속 뭔가 조금씩 아쉽다. [신한은행 준PO]KT 승자들, "3차전에서 필승할 자신 있다" (3 |
세번째 경기는 신재욱과 염보성. MBC GAME 히어로즈 에이스를 신재욱이 이길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경기. 염보성이 처음에 유리했으나 신재욱은 6시 멀티를 부수고 아비터와 지상 유닛으로 밀고 나간다. 더불어 염보성이 긴장한 탓인지 완전히 불리한 상황이 아님에도 GG를 친다. (김성대의 경기를 그렇게 보상받는 건가?)
김현진도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잘한다면 연패를 끊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 할 것만 같았다. 역전을 반드시 해야하는 네 번째 경기, 유일하게 칭찬했던 선수 김도우를 내보낸다.
경기 내내 김도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평소 차분한 선수지만 긴장한 듯 한숨을 푹푹 쉬고 눈이 흔들렸다.
그건 김현진도 마찬가지이다.
네번째 경기에 두 선수의 전략은 너무도 특이했다. 우선 고석현은 4드론으로 빠르게 저글링을 뽑고 하필 김도우는 전진 배럭을 선택했다. 저글링을 막기위한 서플라이를 위에 지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MBC GAME 히어로즈의 벤치석에는 서플라이가 터지자 박수를 쳤고 김현진은 그 경기를 보면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되돌릴 수 없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은 넘어가 버렸다. 고춧가루 부대가 아니라고 말해도, 우리팀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였다고 말해도, 만년 하위권팀에서 벗어나는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걸 증명해내지 못했으니깐.
그렇게 김도우의 GG를 끝으로 광안리에 기적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은 끝이 났고
김현진은 우는 것처럼 코를 훌쩍거리더니 눈가가 반짝인다.
그 후 포기했는지 14일 경기만큼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이파이브하면 무표정으로 하이파이브 받아주고 딱딱한 표정으로 선수들 경기 지켜보고, 늘 그래왔던 시니컬한 감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위를 달렸던 스페셜포스팀도 마지막 경기때 제대로 당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김현진에게 있어 2010년 6월과 7월은 힘든 달이였다.
리레퀴엠은 접전 끝에 승리하며 이스트로에게 고추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공격이 유리한 맵에서 선공을 한 리레퀴엠은 강력한 공격력을 앞세워 주도권을 잡았다. 리레퀴엠의 조원우과 조경훈은 손발이 잘 맞는 콤비 플레이로 이스트로의 조현종, 윤재혁 콤비를 압도했다. 이스트로는 후반전서 5대7까지 추격했으나 리레퀴엠의 승리를 막지 못하고 아쉽게 패배했다. 이로써 이스트로가 마지막 경기를 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SF프로리그]리레퀴엠, 이스트로에 고춧가루 뿌리며 유종의 미 거둬(2-3경기) (4 |
그리고 09-10 시즌 마지막 경기인 2010년 7월 11일. 이길까 싶더니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배해 2대 3으로 져버렸다. 09-10 시즌 이스트로의 경기를 보다보면 마지막에 김현진은 없고 신정민 코치와 선수들만 인사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 마지막 경기이다 보니 김현진은 무대위에 올라와 인사를 한다.
우리는 이 인사가 이스트로의 마지막 인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한 감독이 기적을 만들려고 발버둥쳤지만 실패 후 슬픈 마음으로 인사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 기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고,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경쟁과 단합을 했으며, 가장 아꼈던 선수를 스스로 로스터에 말소시켰던 감독의 심정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프로리그의 마지막 장면으로, 그냥 마지막 인사로만 생각했었다.
그렇게 이스트로의 09-10 시즌은 연습기간으로 삼았던 08-09 시즌과 같은 10위로 마무리했다.
출처
1) http://cafe.daum.net/estro-sc/8xUU/94q=STX%EC%A0%84%EC%B9%98%EC%96%B4%ED%92%80%EC%9D%B4%EC%9A%94%3AD
1*)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236&aid=0000030430
2) http://game.dailyesports.com/view.php?ud=200910261351510016882_27&mobi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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