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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모아둔 돈이 없을까) 개념녀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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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셀소라고 해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결혼 상대를 물색하는 글이 많아졌다. 보통은 직장, 연봉, , 몸무게, 모아둔 재산, 나이를 올리는데 혓바닥이 긴 사람은 별로 알 필요도 없는 자세한 사항까지 적으며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고 기 쓴다. 특히 검소함, 절약 정신, 명품을 좋아하지 않음을 장점으로 적는 글이 많은데 이거 2010년에나 통하던 개념녀 코스프레를 2023년에 쓰면 어쩌자는 건가.

과거 여자가 스타벅스 커피만 마셔도 된장녀라는 소리를 듣던 시대에 된장녀의 안티테제 개념녀가 있었는데, 남자친구에게 명품 가방 사달라고 조르고 비싼 데이트 코스를 요구하는 된장녀와 달리 개념녀는 남자친구에게 부담 주지 않고 김밥 한 줄에도 행복해하는 검소한 여자를 뜻했다. 그러다 보니 개념녀라는 단어 자체가 여자를 칭찬하는 단어로도 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손발 오글거려 죽을 것 같다. 개념녀라니. 무슨 개념원리도 아니고 누가 누구의 개념을 정의해?

결국 페미니즘 열풍이 불었을 땐 개념녀의 평가가 180도 바뀌었는데 자신이 개념녀 연기를 했고 후회한다는 고해성사급 글인 개념녀의 최후가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글로 떠돌았고, 남자친구와 우동을 먹어도 행복하다는 대전역 우동녀의 글이 많은 여성들에게 비난받았다. 아니 그런데 그렇게 여자들 사이에서 지탄받았던 개념녀가 2023년 죽지도 않고 또 왔으니, 도대체 개념녀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성상이길래 여자들은 다시 개념녀 코스프레에 들어가게 된 걸까.

 







 

 



개념녀는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거세한 여성이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빕스보다 밥버거를, 명품 가방보다 에코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렴한 물품에만 미적 욕구를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뭔가 이상 하지 않는가? 무슨 강박증도 아니고 말이지. (무엇보다 저렴한 물건만 좋아하는 여성이 많았다면 개념녀의 최후글을 향한 공감도 없었을 테고 대전역 우동녀를 향한 비난도 없었을 것이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개념녀도 사람이기에 비싼 선물을 받고 사치 부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만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을 위해서? 바로 남자와의 소속감과 인정을 위해서지. 딱히 매력 없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흔히 보여주는 전략이 바로 착한 척인데 개념녀 역시 매력으로 남성을 어필하기 보다는 검소한 여성상, 알뜰한 여성상으로 밀어붙여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꼭 난 검소한 여잔데 요즘 여자들은 사치가 너무 심한 것 같아라는 일름보 글이 남초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이유도 그거다. 안타깝기 짝이 없네. 보통 여자와 달리 자신은 깨어있고 좋은 신붓감이라 생각하는 건가?

그래. 현모양처에게 검소한 소비 습관, 알뜰한 습관은 좋은 덕목이겠지. 남자가 외벌이하고 전업주부인 사람에게는 좋은 미덕이겠지. 그러나 개념녀가 가진 검소한 소비 습관, 알뜰한 소비 습관은 먼저 여성 본인에게 좋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를 이끄는 투자자와 자본가에게 있어서 검소함은 작은 그릇의 소유자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투자하는 자가 많이 번다. 크게 시도하는 자가 크게 번다. 돈줄을 부여잡기보다는 잘 운용하고 잘 쓰는 것이 자본주의의 미덕이다.

또한 남자들 역시 알뜰하고 검소한 여자를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전업주부를 희망하는 여성을 기피하고 맞벌이를 선호하는 만큼 남자 역시 경제력 있는 여성을 희망한다. 우리 아내가 마트에서 30만 원 아꼈다는 사실보다 우리 아내가 사업으로 3,000만 원 벌었다는 사실을 더욱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저기 인터넷 방송에서 섹시한 복장을 하고 각종 필터를 켜며 제로투 추는 여자가 돈을 아끼는 개념녀보다 훨씬 더 돈을 잘 아는 여자다. 개념녀는 돈에 대해 누구보다 알뜰하고 검소한 자신과 그녀를 비교하는 것에 무척 자존심 상하겠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집적 돈을 벌기에 훨씬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잘난 사람이다. 무슨 근거로 그러냐고? 남자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지.

인터넷 방송에서 제로투 추며 수억 수천을 쓸어 담고 있는 여자에게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별창녀라고 욕하지만 자신이 검소하고 알뜰하다던 여자에게는 질투는커녕 소소한 응원을 보내며 밋밋한 반응만 보인다. 마치 말 잘 듣는 강아지 머리 쓰다듬는 것처럼. 매력은 없는데 한없이 착한 사람을 마주하는 것처럼. 견제 대상이 되지 않으니깐 상대할 필요도 없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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