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모아둔 돈이 없을까) 자기 마음을 자기 자신도 모르기에 그녀는 소비한다

 

 

 

 

그런 여자 있잖아. 자신의 감정을 말이 아닌 온몸으로 표현하는 여자. 갑자기 이유 없이 화내다가 혼자 삭히더니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른다고 내빼는 여자. 혼자 눈치 주고 혼자 눈치받다가 또 혼자 엉엉 우는 감 잡을 수 없는 그런 여자. 소위 말해 히스테릭한 여자를 우린 살면서 한 번 이상은 봐 왔을 것이고 나 역시 그런 여성을 대학교와 회사에서 만나면서 고생 좀 했다. 왜냐하면 그런 여성은 주변 환경까지 엉망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거든.

물론 히스테리적이고 감정 기복 심한 남자도 있지만 남자는 감정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인지 위의 유형은 유독 여자들이 많다. (남자는 분노 조절 장애가 많음) 나이가 많고 적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결혼했느냐 안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해서 20살이나 어린 신입 여직원인 나를 당황하게 할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행위에 창피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남자 직장동료의 반응인데, 여자는 감정적인 종족이라 생리할 때는 물론 평소에도 감정 조절을 못 하니 그녀의 변덕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부 남자들은 아직도 여자를 감정의 노예로 보고 있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여자의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통념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편견 속에 자리 잡혀 있다. 그리고 여자 스스로도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나는 호르몬의 노예”라며 자신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인정하고 있다. 다만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표현한다면 그나마 변덕스러움이 나아지지만 하필 여자들 사이에서 돌려 말하기 문화가 있는 탓에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혹시 여자 친구나 여자 회사 동료에게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말속에 담긴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돌려 말하는 게 여자와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성격 좋고 예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자도 말을 직설적으로 한다면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이고 이성적으로 표현하는 건 탄압하면서도 은유적이고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것, 즉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관대하다. 섭섭하다는 말 대신 입이 댓 발 나와 있거나, 속상하다고 말하는 대신 토라져 있거나, 슬프다라고 말하지 않고 갑자기 눈물 흘리거나,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보다는 대신 살살 눈치 보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주변에서도 그런 여성의 표현 방법을 납득해주고 있으니, 가령 예를 들어 여학생이 운다면 같은 여학생들이 다가와 같이 울어주면서 위로해주지만 남학생이 울면 같은 남학생들은 물론 여학생들까지 당황해하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이처럼 돌려 말하기 문화와 온몸으로 표현하기 문화 두 가지가 결합하다 보니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그 감정에 푹 빠져 온몸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러면 그런 표현 방법이 경제적으로 좋느냐? 절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365일 아이의 몸짓을 관찰하면서 감정을 읽어냈지만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 그녀의 기분을 항상 주시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분을 긍정적인 전환하기 위해 소비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쓸쓸비용, 도른비용, 시발비용처럼 액수는 작지만 빈번한 충동 소비를 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이런 습관적인 소비로 기분을 풀다 보니 명품도 안 사고 오마카세도 안 가며, 해외여행을 한 번도 안 갔음에도 불구하고 모아둔 돈이 없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통장까지 있다며 호소하는 여자들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은 소비에 기대며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줄이고 이해 못할 자신의 기분에 빠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감정에 빠진 상태에서는 소비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고, 기분 비용, 감성 비용이라는 명목 아래에 형편없는 상품을 비싼 가격에 소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