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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모아둔 돈이 없을까) 완벽한 20대는 대출을 받아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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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알아서 문제다. 그러니깐 지금이 가장 젊고 건강하며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라는 것을 잘 알아 지금 바로 여행 가야 한다는 걸 알아버려서 문제다. 그런데 돈이 없네? 3점 슛을 쏠 수 있는 완벽한 자리에 있는데 공이 없는 농구 선수처럼 똥줄이 타고 안달복달 나겠지. 그래서 인터넷에 고민 상담 글을 올린다. “취직하면 일하느라 시간 없잖아요. 그러니 지금 미리 해외여행 다녀와도 될까요?”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러면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고 지금 아니면 못 갑니다, 한 번쯤 가는 것도 좋죠라는 댓글을 달고 또 글 쓴 사람은 철석같이 믿어서 과감하게 대출받고 해외여행을 간다. 그래 떠날 때는 좋겠지. 하지만 빚은 절대 빛이 아니다. 하늘에서 공짜로 내려지는 게 아니라고.

 

 

 

 

 

 


 
 

 

 

빚쟁이에게 절절매던 아빠의 모습을 봐서인지, 아니면 TV 속 빚진 사람들은 꼭 조폭에게 잔인하게 이용당하는 모습을 봐서인지 어린 시절 내게 있어 빚은 너무도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은 옛날에 비해서 빚의 이미지가 가벼워졌고 과거 무서운 조폭 대신에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친숙한 메신저 업체에서 대출해 주며, 학자금 및 생활비 대출을 준정부기관에서 해주다 보니 친구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가볍게 대출받고 잘 쓰는 것을 현명한 자세라고 한다. 특히 최적의 타이밍에 투자해 고수익을 버는 목적인 빚투가 성행할 수 있었던 건 과거와 달리 대출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무엇보다 쉽게 할 수 있어서였다.

물론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빚내서 투자하는 여자들도 많긴 하지. 그러나 보통 여자들은 '투자'를 위해서가 아닌 '소비'하기 위한 형태로 돈을 많이 빌리곤 한다. 즉 이 타이밍에 투자해서 돈을 불리겠다는 탐욕보다는 이 나이에 돈을 써서 멋진 추억과 멋진 시간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여성이 많다는 것이다. 당장 유튜브만 봐도 주식 코인 하다가 빚이 몇천이다, 몇억이다 하는 성별은 대부분 남자였고 가장 예쁜 시기에 가장 예쁜 옷을 사 입고, 외모를 가꾸며, 해외여행으로 빚이 생겼다고 말하는 브이로그는 대부분 여성이다.

그만큼 여자는 자신의 황금기가 지금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특히 여자의 매력이 재산, 커리어, 직업보다 나이와 외모뿐이라는 말이 많을수록 여자는 뭐에 쫓긴 것처럼 허겁지겁 대출받아서 지금뿐인 20대를 어떻게 해서든 즐기려고 애쓴다. 그 후의 일? 중년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하냐고? 그녀들은 그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초등학생 때 나는 이 소리 하는 여자애들을 정말 많이 봐왔는데, 자기는 20살만 살고 그 이상의 나이가 되면 죽을 거라고 했다. 왜냐고 물으면 그때는 너무 늙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나이라 그다지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생만 아니라 다 큰 대학생인 여자애도 자신은 30살까지만 살고 죽겠다라는 말을 쉽게 한다. 그 이유는? 초등학생이 말하던 이유하고 똑같다. 그닥 노력하고 싶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도 없으며, 그 이상의 나이가 되면 자신이 여자로서 취급 못 받는 게 두렵다는 것이다. 그 외에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긴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글이 자주 올라올 때면 여자들은 자신의 황금기, 돈을 써야 하는 최적의 타이밍, 무조건 대출받아서라도 즐겨야 하는 나이대라는 강박감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나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젊은 나이대보다 늙은 나이대가 더 길다. 중년 노년 역시 우리 삶의 부분이고 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중년기 노년기에는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서 돈을 더 모아 놓아야 하는데 그 시기를 생각 안 하고 현재 청년기를 즐기기 위해 대출받는다? 빚내서 해외여행을 갔다? 인내 후 보상의 형태로 해외여행을 가야지, 대출까지 받고 해외여행 가면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미래에 돈 갚아야 하는 의무감과 허무함만 느껴질 텐데 무슨 자신감으로 가는 걸까? 그러니깐 우린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가장 딱 좋은 나이대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불안감에 빚을 지곤 하는데 사실 돈이 없을 때는 안가야 하는 타이밍이 맞다.

 

 

 

 

 

우린 누군가가 정해놓은 황금기보다 자신만의 황금기를 정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20대가 젊고 즐기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하지만 실제 20대는 그놈의 취직을 위해 부랴부랴 공부하고 남들과 스펙 경쟁을 하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욕이란 욕은 다 처먹고 SNS 속 있어 보이는 연애를 할 돈도 없는 나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헛바람으로 인해 20대는 가장 완벽하게 즐겨야 한다는 이유로 대출을 추천하고 있는데, 아마 그렇게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당신의 중년기 노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신의 미래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분명하다. 혹시 본인 스스로가 대출받으면서까지 현재를 즐겨야 한다 생각한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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