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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할 때 읽기 좋은 에세이) 직장인은 호텔 예약만으로도 서러움을 느낀다

에세이

by @blog 2023. 8. 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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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타기 3일 전, 호텔 사이트를 뒤지는 것이 유일한 내 삶의 행복이다. 인터넷으로 옷 하나 산 적 없고 명품 가방도 없으며 한 달 생활비가 30만 원인 짠순이인 내가 그 생활비와 맞먹는 호텔을 예약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면 된장녀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러면 나는 호텔녀인가? 안타깝네. 나도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싶었는데 말이지. 한국은 여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소비에 관한 잣대가 엄격하고 특히 사치라고 불리는 여유로운 소비에 쌍심지를 켜며 감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야기가 쓸데없는 곳으로 갔다. 아무튼 내 삶의 유일한 행복은 호텔이다. 똥통 같은 직장생활과 성악설을 저절로 믿게 만드는 짜증 나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낙원은 오직 호텔뿐이다.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 호텔 사이트를 뒤지고 핸드폰으로 호텔 특가인 곳을 찾아다니며 호텔 내부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죄악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전생에 나는 큰 죄를 저질러서 헬조선 흙수저로 태어났고 직장생활을 평생 해야 하는 팔자였기에, 어쩔 수 없이 토요일에 체크인 예약을 해야 했지만 평일보다 2, 3배 비싼 가격에 미치고 팔짝 뛰고 싶어질 정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날에 예약하는 수밖에.

한번은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금요일로 체크인 예약하고 퇴근 후 바로 간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주말보다 숙박비는 저렴했지만 이미 해가 저물어서 어두컴컴해진 뷰를 보고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실망 그 자체였다. 3시 체크인이 아니라 6, 7시에 체크인하는 느낌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다니.

평일에 시간이 안 되면 휴가나 대체공휴일을 노리라고? 꿈 깨라. 직장인인 이상 내가 쉬면 남들도 쉬고 남이 일할 때는 나도 일한다. 오히려 엄청난 호텔 예약 경쟁률과 가격에 치여서 호텔 입구에 발도 들이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명절이나 여름휴가 때 호텔에 가고 싶다면 미리 예약하는 부지런함과 비싸진 숙박비를 대비해 돈을 한가득 준비하자.

이처럼 일반 직장인은 연차를 쓰는 방법 외에 호텔을 저렴하게 가는 방법이 없다. 3교대 근무자, 재택근무자를 제외하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간혹 호텔 예약 어플이나 핫딜에서 유독 저렴한 호텔 숙박비를 올리고 홍보하는 글을 보면 대부분이 평일, 그것도 직장인이 연차 쓰기 모호한 수요일, 목요일인 경우가 많다. 그 말뜻은 호텔 이용자 대부분이 직장인이고 그런 직장인이 없는 요일이 제일 호텔이 빈다는 말이다.

 

 

 

물론 호텔도 먹고 살기 위해 가장 대목인 토요일과 공휴일 전날에 가격을 올리는 것을 이해하지만 호텔 이용객 중 대부분인 직장인에게 호텔은 주말마다 편히 쉬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토요일에 가격을 너무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호텔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도 한번 주말에 호캉스 가볼까? 라는 마음을 가져도 평일과 너무 다른 가격에 괜히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 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도 주말마다 호텔 예약하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찝찝함을 매번 느낀다. 안 그래도 직장인은 레스토랑에서도 저렴한 런치를 이용 못하고 비싼 디너만 이용할 수 있는데 호텔마저도 이러기인가? 우리 서로 상부상조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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