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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할 때 읽기 좋은 에세이) 호텔 갈 돈으로 차라리 집을 사라는 그대에게

에세이

by @blog 2023. 8. 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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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5성급 호텔에 투숙했을 때 일이다. 오션뷰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파도 소리에 빠져 장기 투숙을 하고 싶었는데 숙박비를 계산하자 3달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일해야만 한 달을 머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식비 및 생활비까지 포함한다면 4) 진짜 눈물 나더라. 호텔에 10년 지내고 싶으면 40년을 바쳐야 하고, 평생 머물고 싶으면 사후세계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럴 바에 차라리 한강뷰 아파트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집이냐 호텔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만약 호텔 같은 집을 산다면 집값, 인테리어값, 청소부 고용 비용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겠지만 매일 숙박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겠지. 많은 사람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가 매달 나가는 비용이 너무 아깝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호텔을 자주 가는 사람은 대출받아 호텔 같은 집에 사는 게 더 이득일 수 있겠지만 이상하게도 집을 사기에 충분한 재력이 있던 애거사 크리스티와 코코 샤넬은 호텔에서 생활했고 나 역시 집을 살 여력이 있어도 호텔을 애용할 계획이다. 왜냐하면 집에서는 없는 무언가가 호텔에는 있거든.

 

 

 

아무리 집이 반포 자이급이라 해도 호텔이 주는 특유의 느낌, ‘새로움, 이질감을 재현할 수 없는데 특히 소설가들이 그 느낌을 사랑했고 호텔을 작업실 삼아 집필활동을 했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애거사 크리스티도 있지만 헤밍웨이, 피츠제럴드처럼 당대 최고의 소설가들 모두 호두 애호가였고 이처럼 소설가의 호텔 사랑은 시간과 국경을 초월했다.

소설가 외에 일반 사람들 역시 호텔을 찾는 이유가 새로운 느낌때문이고 나 역시 집에서는 절대 재현할 수 없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느낌, 포장지를 뜯어서 새 냄새가 나는 신상품을 받은 느낌 때문에 호텔을 좋아한다. 보송보송하게 세탁된 침대에 누워 포장지가 뜯기지 않은 어메니티를 구경하다가, 캡슐 커피를 탈 때 나오는 커피 냄새가 객실에 배는 느낌이란...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새 옷, 새 신발, 새 핸드폰, 새 직장, 언제나 새것은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힘이 있으니깐.

반대로 호텔 특유의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 부모님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여행을 가도 당일 코스로 가서 집에서 쉬었고, 친구 중에서도 호텔의 새로운 느낌에 경계심을 가져 아예 안 들어가는 애도 있었으니,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은 진리에 가까운 것 같다. 물론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거나 취향이 변해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호텔이 주는 새로움과 이질감이 좋다.

 

 

 

또 요즘은 호텔 레지던스라고 해서 집과 호텔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호텔 레지던스를 추천하지 않는다. 레지던스로 지내다 보면 내가 호텔에 있는 건지 집에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 것은 물론, 호텔도 가정집도 아닌 애매한 디자인이 영 마음에 안 들며, 내 프라이버시가 있어야 하는 공간에 하우스키퍼가 들락날락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생각일 뿐, 레지던스도 분명 장점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내 머릿속에는 호텔이라는 곳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는 곳이지 집처럼 편안하게 숙박하는 곳, 몇 개월 이상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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