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자리에서 난 50~60대 아저씨를 만나면 저도 모르게 경계하고 거리를 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본능인가보다. 그것도 아니면 “요즘 젊은 애들은 노력을...”이라는 철학에 시달렸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러나 보다.
물론 모든 50~60대 아저씨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위트있고 매너 있으며 푸근한 성격과 카리스마 가진 젠틀맨도 많으니까. 다만 카페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아르바이트생에게 갑질하며, 터질 것 같은 배를 내밀며 자기가 세상의 모든 중심인 것처럼 처음 보는 젊은 사람에게 반말 찍찍 날리는 사람 중에 X세대 아저씨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에는 남아선호사상으로, 결혼하고 나서는 아빠 힘내세요! 열풍으로 오만곳에서 응원해 주니깐 기세등등해진 건가? 많은 거 안 바라고 그냥 평범한 아저씨였으면 좋겠는데 왜 이곳저곳에서 싸움을 붙이려는 걸까.
만약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피하겠지만 하필 그들은 회사에서 중요한 요직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피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50대 사무직 여직원은 전설 속의 유니콘처럼 몇몇 빼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달리, 남직원은 그즈음에 차장부터 임원진까지 회사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 인물이 된다. 동시에 리더쉽을 필요로 하는 위치에 서게 되지만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시키는 대로 일만 했을 뿐 막상 리더쉽을 어떻게 발휘해야 할지 몰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앞 전 선배들이 했던 리더쉽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되고, 회사가 다른 모임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답답한 이유는 바로 윗윗세대의 오래된 리더쉽을 그대로 모방한 무지한 리더들 때문이다.
보통 무지한 리더들이 많이 표방하는 리더의 모습은 군대 장교인데, “복종 안 해? 안 하면 사살!”이라는 마인드를 가지며 “복종 안 해? 그러면 회사에서 나가!”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사가 무슨 학교 나며 일을 알려 주는 것에 생색내고, 신입사원들이 머리 싸매며 괴로워하면 이게 냉정한 사회생활이라며 온갖 텃세를 부리고, 충성심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직원보다 무식하게 회사에서 오래 남은 직원을 선호하는 것도 모두 군대에서나 쓰일법할 리더쉽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군대식 리더쉽이 좋느냐... 글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의 문제점 대부분이 이러한 리더쉽 때문이고 MZ세대는 물론 외국인들이 한국 직장을 기피하고 있는 이유도 모두 그러한 리더쉽으로 생긴 한국만의 직장 문화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식 리더쉽이 아직도 많은 회사에서 쓰이는 이유는 그 리더쉽이 윗계급일수록 편해서 리더들이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인데, 얼마나 편해! 알아서 착착, 의견 조율할 필요도 없이 자기 말에 착착. 거기다가 리더쉽에 문제 있는지 스스로 체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아랫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고 오직 명령만 내릴 수 있어서 윗사람에게는 이상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가 없다. 다만 편한 것에는 대가가 있으니 리더 스스로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능력이 떨어지고 부끄러움이 없어지며 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처하는 굼벵이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개저씨들이 왜 여종업원에게 무례한지 감이 잡히는가? 회사에서 군대식 리더쉽을 보여주는 리더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아저씨고 그것을 회사 밖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쓰면서 “나는 윗직급, 너는 아래직급. 까라면 까 무슨 말이 많아!”라는 마인드로 카페 종업원과 음식점 여직원에게 대하기 때문이다. 마치 드라마 속 악역이 진짜 나쁜 사람인 줄 알고 연예인을 때리고 욕하는 아주머니처럼 상황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다.
그런데 최근에는 30대 후반 개저씨들도 그 문제 많은 리더쉽의 참맛을 깨달아 버려서 젊은 꼰대가 되어버렸으니,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서 갑질과 눈치 주기에 도가 터서 “요오즘 신입사원은, 요오즘 MZ세대들은 버릇이 없다!”라며 앞 전 꼰대보다 더 열성적으로 갑질 놀이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인터넷에까지 능통한 나이대다 보니 버릇없는 요즘 것들에 대해서 인터넷에 공유하고 올리는데 막상 그들이 쓴 “요즘 것들은”에 대한 한탄글을 보면 과거 그들이 욕했던 꼰대들하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요즘 타령하는 것도 똑같고, 버릇 타령하는 것도 똑같고, 예의 타령하는 것도 똑같고, 눈치 타령하는 것도 완전 똑같은데? 꼰대들에게 온갖 고충을 당했으니 이제 자기도 마음껏 꼰대질해 보겠다, 뭐 이런 건가? 몇천 년 동안 이어진 꼰대의 쇠사슬은 언제쯤 부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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