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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천재가 아닌 바보의 모습으로 디스토피아를 만든다 - 상추튀김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2. 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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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상추튀김이라고 아는가? 난 상추튀김이라고 하길래 상추 자체를 튀기는 건줄 알았는데 양파와 청양고추를 섞은 간장에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는 요리더라고. 친구와 함께 시내에 있는 상추튀김 집에 가서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상추에 싸서 먹는 튀김 맛이 거의 삼겹살 급이더라고. 앞으로 고기는 먹고 싶은데 돈이 없을 땐 이곳에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음식점에 대해서는 불만이 좀 있으니,  가격도 싸고 사장님도 친절했지만 서빙 직원이 별로인 거야. 아니면 서빙 직원이 너무 신세대적이라서 나같이 유행에 뒤쳐지는 사람은 적응 못한 건가? 미안합니다. 제가 틀딱입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선 생각이 욕을 먹는 것처럼 시대를 앞선 로봇 종업원은 욕 좀 먹을 필요가 있다.

  친구와 내가 상추튀김을 시켰을 때 종업원 대신 우리에게 온 것은 녹음된 기계음을 내는 로봇이었고 테이블 위로 접시도 올리지 못하는 기술력에 결국 친구와 내가 테이블 위로 접시를 꾸역꾸역 올려야만 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니 언제부터 가게들은, 그리고 기업들은 저런 허접한 서비스만 제공하는 로봇을 들이밀고 나머지 부족한 서비스는 왜 소비자에게 떠넘길까? 무슨 배짱으로?
 
 
 

 
 
  사실 난 마트 셀프 계산대가 나올때부터 영 불만이었다. 캐셔들을 대량해고하고 설치된 셀프계산대는 따지고 보면 소비자에게 캐셔 일을 떠넘기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는가. 키오스크는 물론 식사 자리에 배치된 스크린 계산대 역시 계산을 하는 종업원 일을 소비자에게 넘긴것이나 다름 없다. 오죽하면 직원에게 가서 주문을 하려고 하면 키오스크를 가르키고서는 거기서 주문하라고 말하더라고.  뭐 이것까진 괜찮다. 어느정도 잘 돌아가니깐 참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튜링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한 챗봇을 고객센터에 배치하는 건 너무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사실 챗봇이 있기 전에도 고객센터는 ARS가 지분을 차지했고 이 ARS는 고객 불만을 높이는 원인이 될 정도로 일처리가 엉망인 서비스다. 생각해봐라. 간단한 이체업무 및 잔금 확인, 카드 정지 업무는 모두 어플로 할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ARS로 이체하지 않고 ATM기를 이용할 정도다. 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어플과 ATM기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변적인 일인데 어플보다 기술력이 뒤처진 ARS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 더 큰 문제는 AI 기술력이 발전됐다는 이유로 챗봇 하나 믿고 고객센터 직원을 해고하지만 챗봇의 기술력은 ARS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업무 사항을 줄줄 외우는 것 뿐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나는 단지 그 은행에 중요한 물건을 깜박 잊고 두고 왔을 뿐인데, 그거 좀 확인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그저 소비자가 느낄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고 인건비만 아끼고 싶은 기업의 뻔뻔함에, 허접한 AI를 내밀고서는 부족한 서비스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모습에 답답할 뿐이다.
 
 

 
 
 
  2024년에 들어서자 미국 빅테크 기업들, 그러니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과 같은 기술주 기업들이 줄어가는 기업 이익을 매꾸기 위해서 AI로 인력을 대체하고, AI 분야에 발전을 위해 다른 부서 인원을 줄이겠다는 큰 포부로 하루에 몇천명을 해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이 짜증나는 챗봇이라면, 미국 택배회사 DPD의 챗봇처럼 업무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욕만할 줄 아는 챗봇이라면 이보다 더 완벽한 디스토피아가 어디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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