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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슈슈버거가 먹고 싶었고 때마침 맥도날드 어플에 슈슈버거를 할인해주는 쿠폰이 있어서 맥도날드로 갔다. 우리집은 맥세권이라 걸어서 10분 거리에 맥도날드가 있거든. 아니 그런데 무슨 빡대가리도 아니고 아이패드, 블루투스 스피커, 아이패드 받침대까지 다 챙겼으면서 가장 중요한 체크 카드를 두고 왔네? 맥도날드가 공짜 이벤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돈을 두고왔네? 매번 겪는 나의 깜박거림에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때, 바닥에 왠 주황색 쓰레기가 보였고 자세히 보니 5만원? 5만원 신사임당?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뒤돌아보지않고 잽싸게 주웠지. 방금 전 재수없다고 여겼던 사건은 이제보니 행운으로 가는 길목이었고 전화위복을 몸소 경험하는 신기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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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지구 감옥설, 지구 학교설을 아주 쪼금, 쬐끔 믿을 정도로 지구를 결코 좋은 곳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신이 만들어 놓고 만족했다는 이 세계는 사람에게 있어서 저승으로 도망치게 만들 정도로 끔찍하고, 정신 고문 전문가 뺨칠 정도로 정교하게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거든. 행복한 사람이 손꼽을 정도로 없는 이유, 세상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인류애를 잃는 이유, 모두 그 때문이다.
허나 이 줮같은 세상 아직 살아볼만한 건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오늘은 거지인데 내일은 부자로, 오늘은 노예인데 내일은 황제가 될 만큼 변칙성이 심한 곳이 바로 이 세계거든. 어디 예를 하나 들자면 중요한 결승전 경기에 패함으로써 팀에 방출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김현진 선수, 이 선수가 만약 결승전에 승리했다면 보통 프로게이머들처럼 2-3년의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했을 텐데 결승전에 패함으로써 팀에 방출, 하지만 타팀에서 선수로, 코치로, 결국에는 최연소 감독까지 지낼 정도로 세상일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거다. 호사다마라고 불행과 행운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오는 것처럼 이 세상은 불행과 행운의 중첩상태, 그런 세계 속에서 살아있는 우리들은 죽음과 삶의 중첩 상태에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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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예측 불가능한 삶이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보장된다고 선포했으니, 그건 바로 인간의 삶의 끝이 반드시 배드 엔딩이라는 잠이다. 아니 아까는 삶이 불행과 행운의 중첩 상태라면서요? 왜 갑자기 배드 엔딩으로 퉁치는 건데? 라고 묻는다면 하필 우리 삶의 마지막에 죽음만이 남아 있어서 어쩔 수 밖에 없다고 말하다. 우린 죽음을 불행한 일, 탄생을 축복받은 일이자 엄청난 행운으로 여기고 있지 않는가. 허나 생명체는 모두 죽고, 우리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 즉 불행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데드캣 바운스처럼 폴짝 폴짝 뛰어봤자 결국에는 상장폐지, 가치는 0원,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깨끗히 사라지게 될 운명이자 이 세계는 하락으로 가기 위한 대장정이라고 볼 수 있지.
너무 암울한 이야기 같다고? 그래서 수많은 철학자들과 종교에서 어떻게 하면 죽음에서 오는 허무함을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이들 연구했고 특히 불교에서는 탄생을 행운, 죽음을 불행이라고 보지 않고 아예 두 개를 섞어버리기도 했다. 죽어도 영원히 죽는 게 아니고 태어나도 영원히 사는 게 아니라는 윤회 사상으로 말이지. 윤회 사상 속 우리는 죽은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슈뢰딩거의 고양이같은 존재가 또다시 되니, 오호라... 우리가 고양이를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 왜냐면 위인들은 어떤 진리를 꼭 고양이에 빗대서 설명하거든. 대드캣 바운스, 슈뢰딩거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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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버거도 다 먹었고 글도 이제 마무리 지어야 할 때가 됐다. 창밖에 보이는 가로수와 벚꽃 나무 역시 때를 아는지 봄이 되자 연두색 새싹과 벚꽃을 피워내는게 예쁘더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벚꽃은 모두 떨어지고 새싹은 풍성한 이파리가 되겠지. 그때도 식물은 때를 알고 조용히 그 시간을 보내겠지. 식물과 사람의 차이점은 바로 이거다. 식물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때든 못생기던 때든, 잘나가던 때든 못나가던 참 한결같거든. 그런데 사람은 행복 하나에 날뛰고 불행 하나에 세상 풀이 죽으며, 불행한 순간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지 않는가. 마. 인생 어차피 호사다마야. 우린 불행과 행복의 중첩 상태에서 살고 있어.
그리고 반드시 불행하다던 생의 끝에도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잖아. 불교에서처럼 평생 윤회하면서 살아갈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종교들처럼 행복만 있는 사후세계가 펼쳐졌을지. 그러니 이 순간만큼은 좀 즐기자고. 평생 상승할 것처럼 튀어오르는 대드캣 바운스이자 한달도 못가는 벚꽃인 걸 알면서도 우선 피우고 보는 벚꽃나무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거 같은데 마지막이 아닌 중첩상태처럼 즐겁고 신나게 보내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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