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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꽃모양 키링 - 여행인가요. 아니면 화보인가요.

에세이/가계부 대신 에세이

by @blog 2024. 4. 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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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벚꽃 명소로 유명한 공원이 있는데 과연 벚꽃철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라. 벚꽃이라... 언제봐도 예쁘지. 특히 바람 불때 벛꽃잎이 휘날리는 장면을 보면 다이소로 달려가서 벚꽃 관련 제품을 싹쓸이 하고 싶더라고. 전에 벚꽃모양 수세미를 샀다가 생각보다 별로여서 실망한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열리는 다이소 벚꽃 에디션을 지나칠 수가 없단 말이다. 왜냐하면 싸니깐! 예쁘니깐! 삥꾸삥꾸 반짝반짝한 벚꽃모양 키링이 너무 사랑스러우니깐! 이렇게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 그리고 장사 잘되는 다이소까지 모두 좋아라 하고 있을 때 난 어떤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고 직업병처럼 그 현상을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어떤 현상이냐고? 알다시피 벚꽃 명소는 커플, 아줌마들, 할무니 할아부지, 이제 막 수업 끝나고 구경 온 남학생들까지 다양한데 유독 혼자 벚꽃 구경 온 여자 중에서 편하게 입고 나온 여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혼자 나온 남자와 혼자 나온 여자의 패션부터 외형에 공들인 시간이 누가 봐도 차이가 났고, 사실 여자는 소개팅 장소와 꽃구경 장소를 착각한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너무 예쁘게 잘 꾸몄으니깐. 그런데 뭐 어디 꽃구경 뿐이랴. 혼자서 제주도 여행, 해외 여행을 갈 때 뭐에 꿀리지 않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불편해보이지만 예쁜 옷과 누가 봐도 빡세게 드라이질을 한 머리카락, 메이크업한 얼굴로 여행하는 게 바로 여자 아니던가.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혼자 여행 간 남자와 여자의 모습에 난 항상 의문을 품곤 한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괜히 사람들 앞에서 꿀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남는 게 사진 뿐이라 멋진 장소에 멋진 모습으로 사진 찍고 싶어서, 혹시 모를 기적의 남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꾸미겠지. 다만 여자들이 꽃놀이를 꽃놀이로, 여행을 오직 여행으로만 여기던 날이 과연 언제일까 궁금해서 그렇다. 그거 알지? 같은 여행이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의 여행 준비 과정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물론 남자도 준비물을 철저하게 챙긴다지만 본인의 외형 꾸미기를 위한 준비물이 아닌 여행 때 즐기고 싶은 준비물들 위주로 준비한다. 반면 여자들은 여행 준비를 할 땐 거대한 캐리어 안에 고데기, 화장 도구, 케이스가 유리 재질로 되어 있어서 무거운 화장품들, 불편한데 예뻐보이는 옷을 꾸역꾸역 집어 넣는 것이 누가보면 화보촬영하러 가는 줄 알겠더라고.




  아 물론 “니가 뭔데 남의 여행 준비물에 이랬다가 저랬다가야? 여자가 화보촬영하듯 여행가는 것에 뭐 보탬을 줬어?” 라고 말한다면 나도 할말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여행은 그 지역의 문화, 분위기, 그리고 고유의 정서를 느끼며 식견은 넓혀가는 여정으로 알고 있는데 화보촬영까지 겸하는 여자들이 힘들어 보여서 그렇다. 녹초가 되거든. 짐도 엄청나게 무겁고 말이지. 거기다가 비용도 장난 아니잖아. 그런데 여행만 그런 것이 아닌 꽃놀이에서도, 친구와의 만남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여자들은 “화보촬영비 받지 않은 화보촬영팀”처럼 행동하곤 하는데 과연 그 촬영팀은 무보수로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누구는 무급 화보 촬영하고 있을 때 누구는 온전히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억울하지도 않아? 누구는 자신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을 때 누구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아깝지 않냐고. 결국 여행의 추억을 오래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누가 더 알차게 여행갔다고 할 수 있을까.




  벚꽃잎이 베어든 바람이 불어올 때 계속해서 머리가 헝크러지지 않도록 매만지고, 옷매무새 다듬으며, 핸드폰으로 본인 얼굴을 확인하는 그녀가 오늘의 벚꽃 놀이를 더 오래 기억할까? 아니면 그 모습을 보고 내 감정과, 식견과, 생각을 글로 쓴 내가 더 오래 기억할까? 생각을 많이 담아둔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고 감정을 많이 담아두는 추억일수록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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