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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벚꽃 명소로 유명한 공원이 있는데 과연 벚꽃철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벚꽃이라... 언제봐도 예쁜 꽃이지. 특히 바람 불때 벛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을 보면 다이소로 달려가서 벚꽃 관련 제품을 싹쓸이 하고 싶을 정도로 벚꽃 홀릭이 되어버리곤 한다. 전에 벚꽃모양 수세미를 샀는데 별로여서 실망한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열리는 다이소 벚꽃 에디션을 지나칠 수가 없는 이유, 그건 예쁘니깐. 삥꾸삥꾸 반짝반짝한 벚꽃모양 키링이 너무 사랑스러우니깐. 이렇게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 군것질거리 파는 상인들, 그리고 장사 잘되는 다이소까지 모두 좋아라 하고 봄이었지만 ‘그’ 부류는 정말 행복한 건지 모르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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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흔한 일상이라지만 내가 분석해보고 싶은 현상은 벚꽃 명소에 커플, 아줌마, 할무니 할아부지, 이제 막 수업 끝나고 구경 온 남학생들까지 다양한데 유독 혼자 벚꽃 구경 온 여자 중에서 편하게 입고 나온 여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 혼자 나온 남자와 혼자 나온 여자의 패션부터 외형에 공들인 시간이 누가 봐도 차이가 나보였고 극단성을 달리듯 뚜렷하게 대비되어 보였다. 그런데 사실 꽃구경 뿐만 아니라 제주도 여행, 해외 여행을 갈 때 여자들은 뭐에 꿀리지 않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불편해보이지만 예쁜 옷과 빡세게 드라이질을 한 머리카락, 메이크업한 얼굴로 여행하는 것을 나는 꽤 봤다.
물론 그녀들만의 이유가 있겠지. 괜히 사람들 앞에서 꿀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남는 게 사진 뿐이라 멋진 장소에 멋진 모습으로 사진 찍고 싶어서, 혹시 모를 기적의 남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말이지. 다만 여자들이 꽃놀이를 꽃놀이로, 여행을 오직 여행으로만 여기던 날이 과연 언제일지 궁금해서 그렇다. 그거 알지? 같은 여행이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의 여행 준비 과정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물론 남자들도 여행시에 깔끔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물을 챙긴다만은 외형 꾸미기를 위한 준비물이 아닌 여행 시 차질이 생길 것 같지 않는 실용성 위주로 준비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여행 준비를 할 때 거대한 캐리어 안에 고데기, 화장 도구, 케이스가 유리 재질로 되어 있어서 무거운 화장품들, 불편한데 예뻐보이는 옷을 꾸역꾸역 집어 넣는 것이 누가보면 화보촬영하러 가는 줄 알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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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니가 뭔데 남의 여행 준비물에 이랬다가 저랬다가야? 여자가 화보촬영하듯 여행가는 것에 뭐 보탬을 줬어?” 라고 말한다면 나도 할말이 없지만 내가 아는 여행은 그 지역의 문화, 분위기, 고유의 정서를 느끼며 식견은 넓혀가는 여정으로 알고 있는데 화보촬영까지 겸하는 여자들이 힘들어 보여서 그렇다. 녹초가 되거든. 짐도 엄청나게 무겁고 말이지. 거기다가 비용도 장난 아니잖아. 화보촬영비 받지 않은 화보촬영팀처럼 행동 하는데 과연 비용면에서 괜찮을려나? 누구는 무급 화보 촬영하고 있을 때 누구는 온전히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억울하지도 않아? 누구는 자신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고 누구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불공평하지 않녀고. 결국 여행의 추억을 오래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누가 더 알차게 여행갔다고 할 수 있을까. 벚꽃잎이 베어든 바람이 불어올 때 계속해서 머리가 헝크러지지 않도록 매만지고, 옷매무새 다듬으며, 핸드폰으로 본인 얼굴을 확인하는 그녀가 오늘의 벚꽃 놀이를 더 오래 기억할까? 아니면 그 모습을 보고 내 감정과, 식견과, 생각을 글로 남긴 내가 더 오래 기억할까? 생각을 많이 담아둔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고 감정을 많이 담아두는 추억일수록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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