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민이 이스트로로 이적했을 때 ESFORCE 잡지에서는 이병민의 부활, 더 나아가 올드게이머의 부활에 대해서 다룬 기사가 있었다.(https://lostarks.tistory.com/340) 다른 스포츠 분야와 비교하면 E스포츠 선수들의 생명은 짧았고 올드게이머들 역시 새로운 스타일을 흡수하지 않았으며, 기량이 떨어지면 낮은 연봉을 받아서라도 선수 생활을 유지하는게 아닌 빨리 포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기사였다. 확실히 E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생명은 짧다. 보통은 3년, 짧으면 1년, 은퇴 평균 나이는 23~24세. 나이를 먹어 피지컬이 떨어지면서 실력도 떨어져서 그런건가? 물론 APM이 중요하긴하지만 APM이 성적의 척도가 아니다. APM이 낮아도 성적 좋은 선수는 많으니깐.
그러면 군입대 문제 때문에 올드게이머가 없나? 사실 군대는 게이머들이 선수 생활을 청산 후 마음을 정리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병민 같은 경우 은퇴 후 몇년이 지나서 군대를 갔고 한빛스타즈의 유망주였던 노준동도 초반과 달리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자 군대를 선택하게 된다. 서기수도 군대를 간다 마음 잡았지만 다시 스타2로 복귀하고 성적이 떨어지고나서 군대를 간다. 이처럼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군입대하거나 전성기에 군대를 간 게이머가 없다는 것, 즉 군대가 E스포츠에 올드게이머가 없다는 정확한 이유가 아니다.(그래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건 사실이지만)
그러면 스타크래프트에서 선수들의 생명이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예선전에 탈락하는 이유는? 긴말이 필요하겠는가. 올드게이머가 신인 선수에게 실력면에서 뒤쳐졌기 때문이겠지. 올드게이머는 공개된 카드이다. 전략과 플레이가 노출됬고 동시에 대처법이 생긴 것이다. 또한 테란의 메카닉에 대한 프로토스의 대처법으로 아비터의 스테이시필드가 사용된 것, 아비터가 본진에 리콜에 대한 테란의 대비책으로 본진에 마인깔기가 만들어진 것처럼 전략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풍부해진다. 젊기 때문에 잘한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젊은 나이가 주는 피지컬의 장점은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풍부한 전략을 스펀지처럼 계속해서 흡수하고, 이제껏 공개되지않았던 전략을 생각해내는 유연한 사고 때문이지. (현재 ASL에서 젊은 신인 선수가 예선에도 못 올라오는 것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다. 본선에 계속해서 올라간 올드게이머들은 기업팀 아래에서 제대로 연습했고, 또한 신인 선수들이 새로운 전략을 연구해낼 수 있는 스타1 프로팀도 없어서 그렇다.)
물론 모든 올드게이머가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것은 아니다. 이윤열 같은 경우 스타1과 스타2로 오랜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고 박성준은 2004년 결승전에 우승하더니 2008년에도 도재욱을 잡으며 올드게이머의 자존심을 지켰다. 더 나아가 김도우는 프로게이머 경력이 10년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좋은 성적을 보여 군대 입대 직전까지 활약했다. 그렇다면 올드게이머가 되어버린 박경락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 뒤쳐진 프로게이머일까? 아니면 새로운 전략을 흡수하고 오랜 시간 이름을 남긴 프로게이머일까? 박경락은 전자이다. 그의 스타일은 늘 한정되어있다. 경직되어있는 선수라는 말이다.
박경락은 '초반에 휘어잡으면 이긴다'라는 공식이 있는 것처럼 초반에 맥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유는 12드론 앞마당이라는 전략을 고집하기 때문. 거기다가 징크스 때문에 상대 선수의 VOD를 보지않았는데 그 무모해보이는 돌파법은 별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프로리그 개인전에서 물량형 프로토스에게 똑같이 물량으로 가다가 맥없이 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깐.
한빛 박경락이 보름째 저그전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 박경락 저그전 보완 특훈 돌입 !(1 |
박경락은 옵저버로 성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선수 시절 상대할 선수의 VOD를 보고 나면 더 경기가 안 풀린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었기에 VOD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던 박경락이었지만 이 일을 시작한 뒤로는 지겹도록 반복해서 본다고 했다. 전략이나 운영, 생산력에 신경쓰는 것보다 화면 전환 능력이나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 등을 머리에 넣으려고 애를 썼다고. [피플] '삼지안' 박경락 "옵저버 통해 시야 넓혔다"(2 |
하지만 과거 성실하지 못한 것에 후회를 느꼈는지 그는 어떤 선수보다 예선전에 많이 참가했다. 2008년 뉴스기사에 따르면 개인전 예선에서 최다승을 했고 아마 이 기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물론 승률은 좋지 않았다.
▶ 개인리그 예선전 최다승은 박경락 - 생략 ◆ 개인리그 예선전 다승 순위 [e스포츠 DB]개인리그 예선전 다승, 승률 순위(3 |
그리고 2006년 개인리그 예선 결승에 탈락 후 숙소에서 이탈, 다시 한번 돌아와 2007년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개인리그 예선 결승전까지 오른다. 그러나 온게임넷 예선에서 0승 2패로 탈락, 그로부터 2개월 후 MBC게임 개인리그의 예선 결승전에 임요환과 상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늘도 도운 것인지 상대 임요환은 경기 불참, 박경락은 승자전에 진출, 1승만 한다면 꿈에도 그리던 개인리그 본선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였다. 그 중요한 경기의 상대는 온게임넷 스파키즈에서 KT매직엔스로 이적한 안상원 선수. (뭔가 김택용이 보이는 것 같고, 김도우도 보이는 것 같고, 서기수도 보이고, 주진철도 보이는 것 같고 천의 얼굴) 방어형 테란 선수인 안상원, 게릴라형 저그 선수인 박경락의 경기는 그렇게 시작됬다.
방어형 테란답게 박경락이 레어와 스파이어를 짓는 동안 공격하지 않는 안상원 선수. 그런데 박경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수송업은 됬지만 속도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오버로드를 이끌고 안상원의 본진을 공략하려고 한 것이다.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전략. 자신의 본진 언덕에 러커를 몰래내려 움직이게 하고, 다시 안상원의 본진 언덕에 태워 예전처럼 게릴라식으로 공격하려 했지만
미니맵을 꼼꼼히 봤던 안상원은 박경락의 1차 드랍 방어에 성공한다.
안상원의 본진 방어는 두꺼워지고 박경락은 해처리를 늘리지만 동시에 가스 멀티를 못먹고 있는 상황.
이 상황에 박경락은 다시 한번 2차 드랍을 시도
방금 공격했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침입하려고 했지만 안상원에게 발각되어 오히려 오버로드와 러커를 잃게 된다. 시즈탱크와 사이언스 베슬, 다수의 마린과 파이어벳을 모은 안상원은 이제 공격을 시도한다. 박경락은 디파일러와 울트라를 이용해 틈틈히 공격하지만 소모전일 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안상원은 앞마당에 있는 많은 성큰을 뚫고 친입한다. 반면 러커에 많은 가스를 투자했던 박경락은 게릴라 드랍에 실패, 물론 3번째 드랍에는 성공하지만 이미 안상원은 주요 병력이 박경락의 본진을 장악해버린 상태였다. 결국 박경락은 GG를 친다.
그리고 패자전에서 만난 선수는 프로토스 박대경 선수. 박대경은 2 게이트웨이. 박경락은? 3해처리였다. 앞마당에도 짓고 앞마당 가까운 곳에서도 또 지었다. 그러나 자원면에서 조금 앞선 박대경의 질럿이 더 많은 상황. 박대경은 공격할까하다가 방어하기로 마음먹고 앞마당에 질럿을 가지런히 배치한다.
- 김동준 해설 : 이제는 박경락 선수도 드론 계속 찍으면서 테크올리고, 성큰 소수 건설하고 소수 저글링으로 박대경 선수의 병력 이동을 체크하고 그래야하는데.... 아닌가 본데요?
안상원과의 경기처럼 이번에도 도박같은 전략을 시도한다. 가스는 딱 저글링 발업한 후 채취하지 않고 다음 테크도 타지않고 오직 저글링만 뽑아서 박대경을 공격한다. 그러나 박대경의 앞마당의 방어라인이 너무 건고하다. 좁은 입구를 완벽히 막고 있는 질럿과 뒤에는 포토캐논까지. 1차 방어에 성공한 박대경은 스타게이트와 아둔의 성지를 짓고 테크를 올리지만 박경락은? 무모하게 나온다. 계속해서 저글링. 막혀도 저글링. 다시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그러나 테크면에서도 병력면에서도 갈수록 박대경에게 밀리게 된 상황. 결국 박경락은 GG를 친다.
경기에 패배한 박경락은 충격에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예선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박경락은 32강에 탈락할 확률이 높았다. 도박적인 플레이가 한 두번은 통할 수 있겠지만 결승전까지 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깐. 더군다나 그는 과거 스타일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9드론 아니면 12드론 후 앞마당. 거기다가 성급한 마음으로 짓는 3해처리. 방어라인이 제대로 구축되면 실패 확률이 높은 오버로드 드랍. 멀티플레이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신인들도 등장. 거기다가 방송공포증까지. 결국 이 경기는 박경락의 마지막 개인리그 경기였다. 그 후 개인리그 예선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 하지만 박경락은 예선 탈락 후 이재균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살아나겠다고 약속한다.
방송 공포증
- 생략
- 생략 장마 속에서 한빛 박경락을 만나다! (3 |
이건 여담이지만 박경락의 마지막 개인리그 경기 후 다음경기는?
철구에게 털리는 쿠쿠다스니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2007년 후기시즌 프로리그에 김구현과의 경기에 출전한다. 이 경기는 박경락의 마지막 개인전 경기였다. 항상 9드론 앞마당, 아니면 12드론 앞마당을 해서 초반에 대처가 좋지 않은 때와 달리 스포닝풀에 가스 채취까지 하려는 박경락. 그러나 집중을 하지 않았는지 정찰 온 프로브에게 드론 한 기 잃는 실수를 하고 해설진들도 좋지 않은 시작이라고 했다. 드론도 잡았는데 체력 많은 프로브는 저글링이 나올때까지 박경락의 본진을 여유롭게 정찰한다.
포토캐논 지어지는 타이밍을 체크안해서 오버로드도 잃을 뻔한 박경락.
그 후 박경락은 앞마당은 물론 멀티 두 곳에 해처리, 거기다가 추가로 해처리를 두 개 더 지어 매우 가난한 상태. 반면 김구현은 커세어를 뽑아 박경락의 테크 상황을 확인한다. 물량 전으로 갈꺼라 파악한 김구현은 리버를 준비하고 동시에 멀티 일꾼을 노리는 드랍을 준비한다. 그렇다. 과거 박경락이 전성기에 했던 그 드랍처럼 말이다.
11시쪽을 향한 첫번째 드랍은 박경락의 운이 좋았다.
드론이 저렇게 다 모여임에도 불구하고 스캐럽 불발. 1차 드랍은 실패한다.
그러나 9시쪽 2차 드랍으로 드론 몰살.
거기에 박경락은 또 한번 드론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두는 실수를 저지른다.
앞마당을 향한 3차 드랍. 많은 일꾼을 잃게 된다.
박경락의 본진에서 4차 드랍. 리버대신 템플러 스톰으로 또 한번 박경락의 일꾼을 몰살시킨다.
자원 차이가 크게 나는 두 사람. 박경락은 남은 병력을 끌어모아 과거 전성기 때 자신이 했던 게릴라 드랍을 무리하게 시도한다. 그러나 김구현의 방어 병력과 대비되게 적은 박경락의 공격 유닛은 쉽게 사라지고, 반면 김구현은 많은 병력을 이끌고 박경락의 멀티는 물론 본진을 공격한다. 결국 GG치는 박경락.
좋지 않은 경기력. 잦은 실수. 이재균 감독은 말없이 박경락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과거 경락마사지라고 불리는 게릴라 드랍을 완성해야한다는 과도한 집착이였을까? 반대로 김구현에게 계속해서 드랍 공격을 받은 박경락. 이제 더이상 멀티플레이적인 드랍은 박경락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니다. 그 후 박경락은 프로리그에 신정민과 팀플로 한번 더 출전하지만 상대팀 뮤탈이 본진 드론을 틈틈히 공격함에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상대 두 선수의 공격을 받아 일꾼은 모조리 몰살되었다. 신정민이 공격대신 박경락 본진 방어에 도와주지만 회복되기에는 피해가 너무 큰 것이다. 결국 마지막 팀플전에도 패배하고 박경락은 그 후 프로리그는 물론 개인리그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후 2008년 2월달에 개인리그 예전선에 한번 더 시도하지만 탈락한다. 그의 부활의 승부는 결국 실패한다.
장점에 집착하면 단점이 된다. 우승에 집착하면 패배한다. 박경락이 가장 원했던 것은 '자신의 전성기 스타일로 승리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고 자신의 전성기 스타일은 이제 간파당하기 쉬운 전략이 되어버려 패배했다. 박경락의 오랜 레이스는 결국 그가 은퇴함으로써 마무리 되었다. 그것도 은퇴기사가 따로 나온 것도 아니고, 팬들에게 이야기한 것도 아닌 한빛스타즈 숙소를 나온 것. 이미 박경락은 계속된 예선탈락에 은퇴를 수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받아주는 감독님과 한빛스타즈가 있었기 때문에 게이머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에 접어들어 한빛스타즈는 상황은 나빠지고, 박경락 팀을 나간지 2개월 후인 2008년 5월에 한빛소프트는 한빛스타즈의 운영 포기 의사를 밝힌다. 이제 박경락을 받아줄 처지도 못되고 박경락 역시 자신의 하락한 경기력때문에 감독님에게 미안한 상황이였다. 이제 게이머로써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하는 박경락. 하지만 박경락이 새로 가야할 길은 그가 방황하면 다시 받아주는 이재균 감독만큼 이해심이 많지도, 자비심이 많지도 않은 곳이였다.
한빛소프트가 최근 자사의 게임단인 ‘한빛 스타즈’의 운영을 포기하고 협회에 팀의 위탁 관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빛소프트, 프로게임단 ‘운영 포기’ 밝혀(4 |
출처
1) http://cafe.daum.net/emptaiji/Mz29/1522?q=%
2) http://www.dailyesports.com/view.php?ud=200903311731270008893
3) https://blog.naver.com/ndmania?Redirect=Log&logNo=120041347873
4)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0&aid=0001960575
프로게이머 박경락에 대하여 17 / 두 번의 시도, 두 번의 실패 (0) | 2020.0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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